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Mar 17. 2020

29. 프리랜서를 하려면 어떤 기질을 타고나야 할까

정용하 에세이



아무나 프리랜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프리랜서는 그리 호락호락한 직업이 아니다. 불안감.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자가 프리랜서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요즘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은 예전의 것보다 더욱 큰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안정된 직업을 찾으려 그토록 애를 쓰는 것이리라. 누군가는 요즘처럼 기회가 많은 시대가 어디 있냐며 청년들의 낮은 모험심을 비판하고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회가 많은 것과 별개로 우리는 저마다 혈혈단신으로 들판에 나앉아 있다. 그 누구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으며,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큰 무리(대기업이나 공무원) 속에 속하지 않으면 금방 굶어 죽기 십상이다. 사회는 차근차근 꿈을 향해 밟아나가겠다는 청년들에게 인내심을 보이지 않는다. 무작정 지금 당장, 능력이 없으면 버려지는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 그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경쟁을 피할 수는 없지만, 다소 과열됐단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게 어찌 사회 탓뿐이겠는가. 전 세계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확실한 것과 안전한 것을 고집하는 세계적 경향인 것을.      


         

그런 시대에 프리랜서로 사는 것은 어쩌면 너무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프리랜서는 정말 아무에게도 보호받지 못한다. 능력이 없으면 바로 도태된다. 그냥 혼자다. 외로움이고 뭐고, 당장 성과를 내야 밥 먹고 살 수 있다. 하루하루가 벼랑 끝이다. 한 걸음만 물러서면 바로 낭떠러지다. 안 그래도 불안한 사회인데, 나를 지켜줄 작은 회사라도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모든 것을 나 혼자, 처리하고, 밥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 그 불안한 운명을 자유롭단 이유 하나만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맞는가. 나 역시 그 불안함 때문에 지금 투잡을 하고 있다. 계약직 아르바이트지만, 한 곳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게 적잖이 마음의 위안이 된다. 그런 곳도 없었다면 나는 지금 굉장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 그 불안감을 정면으로 마주하기엔 두려운가 보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꿋꿋이 간다. 그것이 운명이다. 프리랜서의 기질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불안을 즐길 줄 안다는 것. 불안을 불안으로 보기보다는 기회로 여긴다는 것. 나는 이 불안한 시대에도 직장인이 되기보다 프리랜서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랬을 때 분명 더 많은 기회가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하는 것에 따라 벌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내가 하는 것이 전부 나의 커리어가 된다. 회사였으면 보고서에 이름 하나 올리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을 테지만, 프리랜서는 그럴 필요 없이 모든 성과가 내 것이 된다. 하면 할수록 는다. 느는 것이 뚜렷이 보인다. 나는 그러한 점 때문에 프리랜서가 좋다.               



이 불안을 즐긴다는 게 말처럼 쉬운가. 주변에 이직을 한다고, 나만의 업을 찾겠다고, 갭이어를 갖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 가지 않고 도로 뛰쳐나온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곳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 그 불안을 견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즐기기는커녕, 견디는 것조차 괴로운 것이다. 한 달? 그 정도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그 기간에 여행을 가면 안 된다. 오로지 내 미래를 위해 기존에 했던 것과는 다른 것을 한 번 시도해봐라.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 그게 얼마나 큰 불안을 가져오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기회비용을 따지게 된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걸 하는 게 나에게 정말 득이 될까.',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데, 이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하는 게 맞을까.' 그런 생각이 쉴 새 없이 머리를 들이닥칠 것이다. 그것을 견디기란 참 어렵다.   


            

그럼 나는 무슨 수로 견뎠냐. 불안을 즐기기만 하면 가능한가. 그건 아니다. 먼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변화하겠다는 확실한 믿음. 내 것이 맞다는 똥고집. 그것이 있었기에 주변에서 무슨 말을 하든 '내 것'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적응이다. 나는 이것을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하는데, 달라진 나의 모습에 적응하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에 잊지 못하고, 그것을 기회비용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그 생활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준비하는 사람'이란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그것에 맞게 행동을 하면 된다. 지출도 줄이고, 회사 다닐 때와는 다른 루틴을 만들고,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런 적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이 쉽지, 무지 어려운 것, 나도 다 안다. 그래도 그게 중요한 것 같다.               



본인이 그럴 만한 성향이 못 되는데 무작정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무리하진 않았으면 한다. 다 팔자가 있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피곤하지 않고, 삶을 즐길 수 있다. 머리 말고 가슴에 한 번 물어봐라.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것에 이끌리고 있는지. 가슴에 따르는 삶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만 판단하고, 선택에 있어 '나'를 뒤로 미룬다면 그 삶은 후회를 만들 뿐 아니라, 분명 큰 문제에 빠질 것이다. 본인의 능력껏 살자. 내 능력에서 최대치를 발휘하는 삶을 살자.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꿈꾸지 말고, 지금 내 몸이 이끌리는 대로 조금씩 걸어나가자. 그게 맞는 삶이다. 그게 후회하지 않을 길이다.     





2020.03.17.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28. 8개월차 프리랜서의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