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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an 17. 2022

잊을 수 없는 돌체라떼

전재산의 10프로

"엄마는 생일 언제야?"

"10밤 더 자야돼~왜?"

"선물 준비해야지, 뭘로 하면 좋을까?!"



딸은 7살된 지 16일.

엄마는 40살 된지 16일.

생일이 지나면 나이를 한살 먹는거라 엄마는 생일이 정작 그다지 반갑지 않는데..딸은 벌써부터 기대감에 가득하다. 자신의 생일도 아닌데 말이다.

열흘이나 남았는데도 생일선물 고민에 빠졌고, 이내 거실 한구석에서 뭔가 사부작대기 시작했다. 






무뚝뚝했던 딸, 표현많은 딸



아이를 보면 나는 엄마에게 참 미안하다.

살갑고,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엄마 없으면 나는 못산다고 늘 고백하는 아이. 아빠와 엄마가 옆에 있으면 꼭 그 사이에 껴 앉아야 하고 "엄마는 아빠가 제일 좋아" 이 말에 질투가 나서 우는 딸이다. 이제는 엄마를 위해서 커피를 타주는 재미까지 알아버린 7살. 어쩜 이렇게 이쁜 아이가 있을까...이 아이를 보면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어릴 적 기억이 다 나지않지만, 나는 분명 그런 딸이 아니었다. 딸이라고 하면 애교도 있고 자꾸 안기고 일반적인 그림을 상상할텐데 (성인이 되어서 말고 어릴 때는 대부분 딸들이 그런것 같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을거라고 확신한다. 이런 딸이었다면 우리 엄마도 참 좋았을텐데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때 엄마를 향한 사랑, 재롱, 이쁜 짓..그 시절의 아이 모습들로 사춘기 그리고 성인이 된 아이를 보듬을 힘을 얻는다는데, 그 값을 나는 하나도 축적해주지 않고 커버렸다.






"엄마 오늘 생일이지?"

생일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생일날 아침임을 확인하고 작은방으로 간다. 열흘째 상자 하나가 그곳에서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절대 열어보지말라는 당부와 함께.



"엄마 이거 선물이야. 내가 준비했어. 엄마 진짜 생일 축하해"



구겨진 재활용 상자 안에는 사랑의 글이 가득한 책자가 들어있었다. 색종이 여러장을 스탬플러로 야무지게 묶고, 엄마 생일을 축하한다는 글이 한장한장 가득 채워져있었다. 엄마를 제일 사랑하고, 제일 이쁘다는 고백. 말로 들어도 글로 들어도 사랑 넘치는 그 노래.




"편지는 썼는데 선물은 준비를 못했어. 엄마 뭐 필요한 것 없어?"

이번에는 자신의 보물상자 안에서 저금통을 꺼내왔다. 얼마전 세어보니 35000원쯤. 집에 있는 동전을 수시로 가져다가 넣더니 금액이 꽤 모였다. 액수의 개념이 없기에 이 돈으로 뭘 살 수 있는지 알수는 없지만 자기이 느끼기에 이미 부자다. 뭐든 엄마 사고싶은 거 사주겠다고 큰소리 치는 7살.




"그럼 엄마 커피 한 잔 사줄래?"

그 돈으로 너 사고싶은 거 사라고 이야기하면서 거절하고 싶지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돈을 쓰겠다는, 선물을 주고싶다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아이에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이미 아는 것 같았지만.

"나중에 나가는 길에 커피 한 잔 사줘 그럼. 3500원이면 충분하니까 500원짜리 동전 7개 챙겨놔~"

야무지게 동전의 갯수를 맞춰서 호주머니에 넣어둔다.




아이는 캠핑카를 사고싶어서 돈을 모으고 있다. 용돈도 없고 착한 일을 해서 받는 보상의 돈도 우리는 없다. 그저 집에 동전이 보이면 자기꺼라고 가져가거나 가끔 천원 달라고해서 넣어두는 정도, 그렇게 모아서 캠핑카를 살 수 없다는 걸 나는 알지만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3500만원이 있어도 살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는 그 큰 금액의 10프로쯤을 이제야 모았다. 그리고, 그 10프로를 엄마의 커피값으로 썼다.

전재산의 10프로.

얼마나 큰 돈을 엄마선물로 준건지.



평소에 먹는 바닐라라떼 대신 500월 더 비싼 돌체라떼를 한 잔 샀다. 

이런 날 이런 호사. 

그 하나로 충분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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