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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y 17. 2022

응가를 닦아주는 것도 사랑한다는 뜻이야

사랑의 언어는 많을수록 좋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면 등 뒤가 따가운 순간들이 많다. 공평하다는 철학 아래 육아를 하지만 절대로 무게가 똑같은 순간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똑같지는 못해도 비슷하게, 한 명만 너무 서운하고 깊은 불만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 육아의 최선임을 늘 기억하려고 애쓴다. 그것만 해도 부모로 사랑을 주는 빈도가 적당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것도 참 어렵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가 나와 동생을 차별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나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았음에도 동생에게 애정을 건네면 일단 입이 삐죽 마음이 털썩. 순식간에 그런 감정이 들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 말이다. 

아이들은 고작 5살, 7살. 마흔인 나도 느끼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더 많이 자주 빨간 불이 켜진다. 




갑자기 둘째가 쪼르르 내 옆에 와서 허벅지를 안고 섰다. 5살. 키는 딱 배 아래 정도.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다리부터 끌어안는다. 

"왜? 잘 놀다가 왜 안겨?! 할 말이 있어?"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음.. 방금 누나를 안아준 것도 아니고 누나를 칭찬한 것도 아니고 누나를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들어온 항의.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아이가 사랑이 부족한 느낌을 받았고 놀이를 하다가 엄마에게 달려왔다면 마음을 채워줘야 한다는 의미일 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요즘 사랑한다고 말을 안 했었나??"

아이를 꼭 안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해줬다. 그리고 이런 일과 마음이 자주 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음 말을 덧붙였다.



"엄마가 이렇게 너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하지? 이런 행동은 왜 하는 걸까?"

"내가 좋아서"

"그럼 엄마가 너한테 맛있는 것도 주고 칭찬도 하고 그냥 안아주기도 하지? 그건 왜 하는 걸까?"

"내가 좋아서"

"그렇지?! 엄마가 사랑한다고 직접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행동들도 모두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 그러니까 엄마가 가끔 사랑한다고 말을 적게 해도 이렇게 안아주고 손잡아주고 하는 것도 모두 그렇게 들어줘. 

엄마는 항상 너를 사랑해. 알았지?"



안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사랑이 넘쳐흐르는 웃음이 보였다. 눈과 입은 이미 웃고 있겠지.

아이는 다 알고 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런데 때때로 확인이 하고 싶고 말로 듣고 싶고 말과 행동을 같이 제공해달라고 한다. 이럴 때 보면 어른도 아이도 똑같다.



사랑의 언어.

엄마가 나를 안아줄 때도, 내가 힘들 때 도와줄 때도, 졸리다고 할 때 다리를 내어줄 때도, 그림 그린 게 너무 이쁘다고 칭찬해줄 때도, 응가를 닦아줄 때까지도.. 이 모든 일들이 나를 사랑해서라는 걸 안다면 얼마나 마음이 가득 찬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 



어쩌면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이 말을 계속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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