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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n 03. 2022

아이와 부모가 함께 커갑니다

나의 모자란 부분, 너의 모자란 부분

"아이는 잘 커가는데 부모는 그 자리면 아이를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이곳에 입학하는 건 아이만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 가족 모두예요.

아이만 맡겨두는 곳이 아니에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지 3달째. 얼마 전 신입 가정에 대한 조합 교육이 있었다. 공동육아를 하는 이곳의 역사(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 현재 운영상황,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등 어린이집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자리였다. 아이를 이곳에서 이미 다 키워냈고 이제 졸업한, 여기에 소속된 지 10년쯤 된 조합원 한 분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20년 전부터 이곳은 운영되기 시작했고, 방 하나에서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 아이들을 육아하다가 지금 건물을 지어 반듯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국가의 지원금 외에 들어가는 돈은 각 가정에서 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공간에서 아이를 두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부터..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한 과정을 겪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상황은 달라졌지만 아마도 그때나 지금 같은 거라고는 아이를 별나게 키운다는 시선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3살부터 11살까지 이곳에 쭉 다니고 졸업했다는 한 가정의 이야기는 마음에 많이 와닿았다. 한참 힘들 때 여기에 아이를 보냈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부부 사이도 좋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 와중에 엄마는 그래도 조합 생활을 열심히 했고 아빠는 참여율이 낮았다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들은 잘 커서 자신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고 단단하게 컸는데 오히려 아빠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셨다. 그러면서 이곳은 부모와 아이 모두 성장해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나 혼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모자란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공동 육아하면서 이 엄마의 좋은 점, 저 엄마의 좋은 점 등 아이가 많은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나의 구멍을 메꿔주면 좋겠어서 보내는 거예요"

같은 반 엄마의 이야기 또한 고개를 끄덕이다 못해 떨어질 정도로 공감이 되었다. 나 하나로 보면 엄마로서 너무나 부족하고 잘 키워낼 수 있을까 겁나기도 했다. 그런 부분을 다른 부모와 접하며 채워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다려주는 곳/ 느린 곳.

아이의 생각을 물어봐주는 곳/존중해주는 곳.

이런 점이 좋아서 이곳에 아이를 보내 놓고 집에 오면 엄마가 아이를 달달 볶거나 자꾸만 아이를 지적하거나 한다면.. 시간과 돈을 내가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낼 이유가 없다. 매일 들락거리며 다른 부모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 표정, 분위기 등 그런 것들을 유심히 보고 온다. 하나라도 배우고 싶어서..

우리 부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내야 하는 품은 결코 적지 않다. 거의 매주 어린이집에 모임이 있고, 같이 해야 하는 일들이 예상보다 많다. 감내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힘들기보다 즐기며 해낼 수 있다.




아이는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엄마는 그 자리에 있다면 결국 가보지 않은 곳에 닿아있는 아이가 부담스럽고 무거울 수 있다. 예상하는 그림 안에 가족 모두가 이동해야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아이가 너무 커버려서 엄마가 버거운 경우, 주변에도 많이 있기에 우리 가족은 모두 같이 흘러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제 나이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나도 이 기회에/ 아이 덕분에 잘 자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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