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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Nov 13. 2022

너 참 많이 변했어

only one이 되고 싶어 졌다

"너 참 많이 변한 것 같아"

친구의 이야기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

몇 년 사이, 나는 많이 변했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된 건 아니지만, 맞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무의식적으로 눌러놓은 생각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자리를 잡기도 했다. 무엇이 맞다 아니다- 이런 개념은 이제 옅어졌고 뭐든 그럴 수 있지- 이 마인드가 여러 곳에 배치되어있다. 그 작업은 오랜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에 정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있었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고 뛰어난 재능도 없었다. 그러니 소위 말하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 꿈꾸지도 않았고 그냥 보통의 그저 그런 곳에서 일하며 20대를 보냈다. 직장이라는 것에 욕심부리지 않았고 월급만 꼬박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다. 그게 전부였다. 밥값은 하며 사는구나-그것만으로 만족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뻔히 보이는데 그 선 밖으로 나가려는 의지 없이 그 안에서 잘 살고 있다고 느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이만큼의 스펙과 능력인데 저 높은 곳을 바라봤다면 삶이 힘들었을 게 뻔한데... 나는 나의 현실을 너무 잘 알았다.



이 정도면 되었다-

이런 생각으로 살아온 내가 아이를 낳고 삶이 방향이 달라졌다. 달라지고 싶었다.

이제껏 잘 살아왔다고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의문과 갈증이 생겼다. '그런 삶과 생각이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아닌 아이의 삶을 그려 보고 나서야 다르게 살고 싶어 졌다.



세상 말고 네가 원하는 것이 뭐냐고 사람에게서도 책에서도 질문을 받았다.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 결혼해 당장 돈 버는 일보다 앞으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 매일같이 책을 읽었더니 직접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글로 다양한 사람들이 또 물어왔다. 한 번 두 번, 지나치던 물음들에 답을 하고 싶어 애쓰며 지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의 결과물로 책을 썼고 내 이야기를 하며 살게 되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변화된 내가 말이다.



-

마흔, 공방을 꿈꾸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꿈을 꾸지 않았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공방을 하는 사람'의 자격을 나는 하나도 갖추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은 내가, 소싯적에 그림을 그리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지금 그림을 배우고 내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펼쳐 보이며 공방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똑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공방은 싫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같이 그림 에세이도 쓰고, 각자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에 담고 싶다. 아이도 어른도, 엄마도 딸도 다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 평범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특별했음을- 나는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잘 해내고 있었음을- 쓰고 그리면서 발견하고 결국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 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닿고 싶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공방에 와서 함께 하는 시간을 잘, 좋게,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을까 싶어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평범함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 뭐가 있을까. 어떤 걸 또 꺼낼 수 있을까.' 이 생각으로 하루를 가득 채운다.

평범하다 혹은 특별하다는 개념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나'의 할 일과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늘 주변 사람들은 무얼 하는지 살펴보며 나와 비교의 잣대로 생각하고, 그로 인해 마음이 힘든 시간도 뒷전이 되었다. 남을 관심 있게 쳐다볼 시간도 살펴볼 마음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나'에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나도 이제는 only one이 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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