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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y 01. 2024

식물에게도 나에게도 필요한 것

관심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식물을 취미로 키우는 식집사가 유행인 요즘, 나는 정말 식물을 죽이기 전문가다. 일부러 꽃시장에 가서 사 올 정도로 꽃도 식물도 좋아하는데 영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분 내러 간 김에 작은 화분을 하나 사 오긴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안돼 죽기 일쑤다. sns를 보면 꽃과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던데, 그들의 재주가 부러웠다.


“애 키우기도 바쁜데 무슨 식물까지 키워. 살아있는 건 애 둘 키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몇 번의 식물을 죽이고 나니 그 분야에서 나는 똥손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깔끔하게 포기했다고 할까. 그래서 그냥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꽃 병에 꽂아두며 이쁘게 볼 수 있는 꽃만 사 와서 눈호강만 주야장천 했다. 싱그러운 초록 식물들은 그저 구경만으로 만족하고 말이다.     


공방을 오픈하면서 몇 년 만에 식물, 화분 욕심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공간 안에 그림을 걸고 이런저런 소품으로 채워봐도 크든 작든 사이즈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초록이 주는 힘이 커 보였다. 그리고 이곳은 힐링을 하러 오는 곳 아닌가. 화분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몇 개를 들였다. 내가 산 것과 지인들이 보내준 것을 합치면 10개 정도가 나의 관리 대상이 되었으니 난감하면서도 이번에는 잘 키워보리라 의지가 불끈 솟았다.

      

공방 곳곳을 채우고 있는 식물들을 보니 내심 기분이 좋았다. 얘들은 햇빛을 좋아하나, 잎이 시들고 있는 건가, 물을 지금 줘야 하나, 그늘에 두는 건가... 너희에 대해 알려달라고 나무들에게 계속 질문을 했지만 답을 얻을 수 없으니  잎 사진을 찍어 네이버에 물어도 본다. 그래도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죽이지 않고 잘 키울 수 있는지 시원하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같은 식물을 놓고도 '물을 자주 줘야 한다, 겉흙이 마르면 줘야 한다, 잎이 쳐지면 줘야 한다' 등 반응이 달랐고,  식물 똥손에게 이런 기준들은 참 애매했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니 말이다.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인지 식물을 키우는 사람인지 모를 만큼 이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게 되었다. 식물들이 죽어가는 걸보며 이걸 보내준 지인의 얼굴이 떠올라 미안해하기도 하고, 내가 물을 너무 자주 줬나 반성도 했다. 그럼 그렇지, 식물 키우는 걸 포기할까? 그러기에는 이 공간에 꼭 초록이들이 있어야 했다.     


몇 달 만에 다시 식물을 사러가 사장님께 속상함을 토로했다.

“저는 화분을 사가면 자꾸 죽더라고요. 속상해요”

“사가고 키우고 죽고 해야 저희도 먹고살죠”

맞다면서 사장님과 함께 웃었지만 나는 이제는 죽이고 싶지 않다며 오늘 내가 데려갈 아이에 대해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햇빛을 좋아하는지 어느 곳에 놓고 키워야 하는지, 물은 1주일에 한 번 주면 되는지 그것보다 더 텀을 주어야 하는지 식물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한 햇빛과 물에 대해서부터 물어봤다. 이 아이는 물을 좋아한다는 애매모한 답을 들으면 물 주는 간격을 얘기해 달라고 구체적인 답을 요청했다. 그렇게 조금씩 식물들을 잘 키우기 위해 애썼다.     


공방을 운영한 지 1년이 되었다. 고맙게도 1년 동안 죽지 않고 잘 크고 있는 식물들이 꽤 많다. 봄이 되니 또 마음에 식물 바람이 불어 꽃시장에 다녀왔다. 화분 하나를 사면서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 1주일에 한 번 물을 듬뿍 주면 돼요. 그런데 환경이 다 다르니까 기본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되겠지요. 잎이 축 쳐지는지 보고 그때 물을 흠뻑 주면 됩니다.” 

사장님이 이야기한 관심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와 한참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식물을 키우는데 똥손이었던 내가 1년 동안 내 공방을 채우는 이 아이들을 죽지 않게 키운 건 정말 관심 덕분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시든 아이는 없나 돌아봤고, 먼지도 닦아주고, 물을 줬는데도 시들한 아이는 햇빛이 있는 곳 없는 곳 여기저기 둬가며 상태가 좋아지는지 살폈다. 난생처음 식물 영양제도 사 와서 꽂아두고, 

 내일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며칠 있다가 만나자 인사도 전했으니 얼마나 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관심을 가진다는 건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도 그런데 사람이라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가족 그리고 누군가 또는 나 자신에게도 제일 필요한 관심이다. 마음과 몸의 상태가 어떠한지 들여다보고 물어봐주는 일은 삶에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라는 사실을 식물을 키우며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나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8년 전이었다. 아이를 낳고 경력은 단절되었고 24시간 엄마로 살던 그 시절, 지금은 갓난쟁이가 그렇게 이뻐 보이는데 그때는 흑색으로 가득 차있었다. 무엇이 그리 힘들었는지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그 감정을 지금도 떠올리면 한숨부터 났던 그때, 나는 나를 찾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쓰며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도 살아났다.


화분에 물을 주며 오늘도 묻는다.

식물에게는 목마르지 않냐고.

나에게는 잘 지내고 있냐고,










오늘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쓰면서 말이에요




<오늘도 쓰는 사람들>

진짜 나를 마주하고 더 단단해질 미래를 그리며 오늘도 쓰는 5명의 작가가 만났습니다.

쓰기를 시작하는 그리고 쓰기를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와
내일을 그려보는 희망을 건네는 글을 씁니다.

글쓰기 시대지만 글쓰기를 지속하는 사람보다 포기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들을 위해 글쓰기의 시작과 시행착오, 글을 쓰며 나아가는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엮어
<그녀들의 글쓰기 맛수다>를 출간했습니다.

함께 쓰며 수다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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