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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22. 2021

익숙함의 무서움

코로나 3단계

"코로나가 끝나기는 하는 건지..."

"코로나 진짜 너무해. 수영장도 못 가게 하고.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아이도 어른도 이 코로나 세 글자를 원망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6살 난 아이는 작년 봄부터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상황. 자신의 일생 중에 25프로를 마스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4살 둘째는 말해 뭐하나 싶다. 


밖에서 한참 뛰어놀다가 물을 마시려 마스크를 내리고, 물을 다 마신 후 자연스럽게 다시 마스크를 끼는 아이. 신발을 신고 엄마보다 빨리 대문을 열고 뛰쳐나가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깜빡 잊은 마스크를 챙겨 나가는 아이. 정신없이 집을 나서는데 동생 마스크 없다고 알려주는 아이. 안쓰럽지만 이미 아이는 엄마인 나보다 더 잘 적응하고 받아들여 살고 있는 듯하다. 마스크를 쓰기 싫다고 짜증내면 어쩌나, 마스크 때문에 피부가 뒤집어지면 어쩌나, 여름이라 더워서 마스크를 거부하면 어쩌나... 많은 걱정스러운 상황들 속에서도 두 아이는 단 한 번의 거절도 없이 마스크를 1년반째 잘 쓰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작년 3월, 둘째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다.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두고 확정을 하면서 '나는 이제 자유구나, 5년 만에 하루 6시간 자유를 얻는다니' 이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겨울을 보냈다. 그런데 코로나..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런 영화 같은 일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자유는커녕 첫째까지 컴백홈. 애기 때처럼 두 아이 모두 내 옆에 붙어버렸다. 재앙이 분명하다 이건. 그렇게 3,4월을 보내고 5월이 되어서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냈던 작년. 어느새 2년째 우리는 위태한 삶을 살고 있다.







백신을 맞고 확진자수가 줄어들고, 희망적이라고 해야 했던 시간이 또다시 뒤집어졌다. 서울, 수도권은 4단계 부산은 3단계. 부산은 3일째 하루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와버렸다. 지금껏 이런 확진자수는 없었고, 3단계 또한 처음이다. 

작년 초 1,2단계 거리두기가 진행될 때는 정말이지 비상상황이 연출되었고 정말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을 만나기 힘든 적도 있었다. 하루에 확진자가 10명 20명이어도 놀라며 아침에 일어나 확진자수를 확인하는 작업 또한 매일 했었다. 

그런데 그 숫자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쩐지 이게 큰일이 아닌 걸로 느껴지고 위기감 또한 심각하게 들지 않는다. 내 나라가 아니라 남의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고, 뭐 별다른 게 있나 싶기도 한... 이 기분이 묘하고 얼떨떨한 건 나뿐일까. 이미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이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해서 처음의 타격은 이제 오지 않는다. 


익숙해진다는 게 참 무섭다.


코로나에 대한 나의 인식이 결국 이런 말을 중얼거리게 했다.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습관이 되고 익숙해지는 것은 힘이 강하고 무신경하게 만든다는 걸 인정하게 했다. 


힘들게 시작했고 습관으로 만든 새벽 기상이 시작할 때는 대단해 보였는데 매일 하다 보니 그냥 그런가 보다 싶고, 매일 먹는 맥심 커피 한 잔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한 채 그 한 잔이 주는 위로를 즐기고 있다.  잘하고 있는 것도 못하고 있는 것도 위기감 앞에서 무심해지는 건 결국 익숙함에서 오는 결과들이다. 이렇게 여기며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코로나. 이 급박한 상황 앞에서 의연하게 잘 지내왔다. 어차피 우리는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가족이기에 실내보다 야외를 오히려 더 즐겨왔다. 그래도 이제는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3단계에서 조금 더 심각해지지 않기를.

많은 사람들이 각자 조심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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