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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ug 02. 2021

아이는 방학 엄마는 풀가동

아이도 나도 많이 컸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의 방학기간이 달라 거의 2주 동안 나는 '24시간 엄마'로 살아야 한다. 이제 그중 5일이 지났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간 이후로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붙어있는 시간은 이제 방학뿐이다. 여름, 겨울에 각 한 번씩 일주일 정도 우리 셋은 한 몸이 된다. 1년 내도록 붙어있던 때도 있었는데 2주쯤이야, 신나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처음 아이와 내가 하나로 지내야 했던 육아 초보시절. 모든 일정을 아이의 리듬에 맞춰 생활하던 그때, 내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했다. 어쨌든 이 시간이 얼른 흘러 아이가 내 몸에서 떨어져 주기를 그리고 아이가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렸다.(말을 해도 대화가 안된다는 걸 몰랐다) 먼 미래지만 그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당연한 원리, 그것에 기대어 시간이 얼른 흐르기만을 바랬다. 그러느라 아이와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엄마 노릇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우리 이제 방학인데, 뭐할까?"

"색종이 접기, 블록놀이?"

"그런 거 말고 재미있는 거 없을까? 여름인데 계곡 물놀이는 한 번 가야지~"

"어째.. 애들보다 자기가 더 방학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가족 모두 둘러앉아 밥을 먹다가 여름방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방학이라 하면 뭔가 평소에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할 것만 같다. 똑같은 일상이기는 해도 말이다. 너무 덥기도 하고 코로나로 여행을 가는 건 여의치 않고, 집 안에서 아니면 선선한 저녁에라도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다. 


예전의 나 같으면 아이들 방학이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두 아이를 나 혼자 며칠 동안 봐야 한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버거웠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갈 계획을 했을 것이고, 2-3일 정도 지내고 오려고 짐부터 쌌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스트레스를 온전히 전달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 걸 당신이 아냐고, 와서 같이 애들 좀 보자고. 나는 지금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했다고... 쉴 새 없이 텔레파시까지 보내며 남편을 괴롭혔다. 


이제는 다르다. 미루고 미루던 아이들의 새 퍼즐도 준비하고 저녁에는 해수욕장에 가서 모래놀이도 해야겠다며 아이들보다 내가 지겹고 지치지 않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웠다. 내 기분이나 컨디션이 망가지면 이 2주일이 즐겁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휴 지쳐.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 거지? 내일은 또 뭐하고 애들이랑 시간을 보내냐...'이런 생각이 떠오르거나 말이 나오는 순간, 아이들과의 시간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한숨을 쉬게 되고, 몸이 천근만근 되는 건 한순간이다. 

하루에 기본 3끼 밥을 차려야 하고 플러스로 간식을 먹여야 한다. 먹이고 설거지하고, 끊임없이 놀이를 하며 정리를 해야 하고 아이들의 요구에도 응해야 한다. 예전보다야 둘이 스스로 하는 일도 많고 같이 잘 놀기에 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두 아이와 하루 종일 있으려면 아직 손이 가는 일이 많다. 그 시간을 짜증스럽지 않게 지내려면 내 마음이 일단 즐거워야 한다.



"방학이라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진짜 좋다"

자기 전 나를 보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 이런 이야기를 아이가 전해줄 때마다 마음이 저릿해온다. 엄마와 있는 시간을 즐거워해 줘서 다행이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를 꼭 안았다. 그리고 이 아이가 아기 때, 그때는 내가 지금처럼 즐기는 마음으로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또 한 번 아이를 안았다. 






고작 2주 '24시간 엄마'로 살고 있는 중이다.

아이는 방학이고 그 덕분에 엄마인 나는 24시간 몸과 마음을 풀가동 중이다.


밤새 2시간마다 깨던 아이는 없고 10시간씩 푹 자는 아이가 있으니 그게 어디인가

쉴 새 없이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일도 없고 화장실도 혼자 가니 그게 어디인가

하루 종일 안아달라고 보채지 않고 되려 엄마 보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니 그게 어디인가

많이 흘리긴 하지만... 밥도 혼자 떠먹는데 이제는.


정말 아이도 나도 많이 컸다.

이제 남은 1주일 정도의 시간. 우리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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