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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대가리 Apr 29. 2017

#27 글쓰기가 괴로울 때

볼리비아 우유니(Uyuni)

2월 6일 토요일

저지대에 사람도 적고 공기 맑은 루레나바께에서 고지대에 오염 심하고 사람 많은 라파즈로 다시 왔다. 고산병이 또 도졌다. 여행 중 세 번째다. 이번에는 몸살 기운과 함께 배탈이 왔다. 라파즈의 언덕길을 오르는데 어찌나 숨차던지. 이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오래 머물게 되었다. 이럴 땐 한인 마트에서 파는 라면이 최고다.

우유니행 티켓을 구하기 위해 강형과 함께 터미널에 갔다. 파업은 끝난 거 같은데 지금이 축제 (카니발) 기간이라고 버스값이 20~50 볼 가량 올랐다. 원래 100 볼이면 탔는데 가장 싼 곳이 120이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 옆에 강형이 있으니까. Omar사에서는 처음에 120을 불렀다. 두 명이 간다니 110까지 깎아주었다. 형이 친구 2명 더 데려오면 얼마에 해줄 거냐 하니 100을 불렀다. 헐. 협상이 이렇게 간단한 건 줄 몰랐다. 이 형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하는 거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100 볼을 지불 하고 길을 나섰다.


호스텔로 돌아가 같이 갈 두 명을 찾아봤는데 결국 더 데려오겠다는 약속은 못 지켰다. 버스는 세미 까마였는데 담요도 제공해 주었다. 밤 새 볼리비아 산 어딘가를 달렸는데 눈앞에 보이는 저 별들이 은하수인가 헷갈릴 정도로 별이 많았다.


2월 7일

우유니에서 데이, 선셋, 선라이즈 투어만 깔끔하게 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다른 거 할 돈도 없었다. 여러 투어사를 알아봤는데 역시나 호다까, 브리사는 한국인, 일본인이 많다. 그만큼 동양 여행자들을 많이 받아보아 그 입맛에 맞게 준비된 가이드들이 있는 곳이다. 우유니 투어는 한국인 총 7명이 함께했다. 우리는 그 두 개를 제외하고 봤다. 비싼 편 이기도 하고 딱히 컨셉사진에 욕심이 없었다. 두 회사로 추렸는데 한 곳은 블로그에서 검증된 곳, 다른 한 곳은 듣보잡 여행사였다. 편의상 A사, B사로 해야겠다. A사는 270 볼, B사는 250 볼 까지 불렀다. 좀 더 저렴한 B사로 갔는데 이미 투어 시간이 지나서 포기하고 A사에서 투어를 하기로 했다. 사장님은 식사하러 가셨고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청소년 한 명이 우리 각각에게 270 볼씩 수금을 했다.


밖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데 5분 후 이 아이가 오더니 100 볼이 모자라단다. 무슨 소리냐, 우리가 각각 270씩 냈고 네가 이름 적는 거까지 확인하지 않았냐고 마구 따졌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100 볼이 부족하단다. 사장님이 식사 마치고 오셔서 상황을 얘기했더니 얘가 그런 짓 할 애가 아니다, 착한 아이다 라며 서랍과 책 사이 등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우리에게 100 볼을 더 내놓으라는 거 아닌가. 그냥 웃어넘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힘을 합쳐 따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는 투어를 해도 즐겁게는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100 볼 모자란 돈을 다 환불받았다. 100 볼을 찾아보고 찾거든 연락 달라고만 말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종이랑 펜을 달라고 막 소리쳤다. 벽에 붙일 추천 글을 써주겠다고 했다. 사장님도 내 기세가 무서웠는지 no라며 펜을 안 줬다. 계속 달라고 우기니까 건네주었다. 이 투어사 절대 오지 말라고 한글로 쓰려다가 어차피 사장이 찢어버리면 그만인 것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략을 바꿨다. 사장님에게 엄포를 놨다.

"여기 한국인들 많이 오는 거 아시죠? 내 한국 친구들한테 다 말할 거예요. A사는 절대 가지 말라고."


다행히 반대편의 C 여행사에서 데이 선셋과 선라이즈를 합쳐서 250에 흥정했다. 다시 짐을 꾸려 투어를 시작하려 하는데 A사 사장님이 우리에게 급하게 달려오더니 영수증 사이에서 찾았다며 100 볼을 돌려주었다. 애가 아직 어려서 실수를 했으니 너그럽게 봐 달라고 하셨다. 결국은 웃는 얼굴로 인사했지만 돈 문제 때문에 현지인과 싸움이 날 뻔한 게 조금 안타까웠다. 나도 좀만 덜 감정적으로 대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돈과 상관 없이 자존심을 세우느라 그랬나 보다. 사장님도 이 뒤로는 좀 더 깨끗한 사업을 하셨기를 바란다.


보통 데이 투어 시작은 10:30인데 우리는 12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어디 많이 들리지도 못하고 딱 기념품점, 소금 호텔, 물 찬 우유니만 갔다. 더군다나 우리 가이드는 귀찮은지 차 안에서만 계속 있었다. 우리끼리 알아서 사진 찍으라는 식이었다. 소금 호텔 앞에서 종덕이 형이 가져온 소품으로 여러 콘셉트 사진을 찍었다. 보통은 이런 소품을 투어사에서 준비해 주는데 우리는 별 기대를 안 했다. 블로그에서 본 멋진 사진들을 막 따라 하려 했는데 잘 안됐다. 우리끼리 그냥 소소하게 재밌게 놀았다.

이 외에도 프링글스, 바나나 등이 있었는데 기대한 만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우유니 포스팅에는 대게 컨셉사진들이 메인인 경우가 많은데 그거 외에 셀 수 없이 많은 매력을 지닌 곳이 우유니이다.


지프차를 타고 조금 더 달리니 물이 찬 우유니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입을 다물 수 없도록 놀라운 풍광이 계속된다. 그곳에서 2시간가량 저 멀리 아무런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으로 걸어 다녀봤다. 하얀 소금 사막 위로 비가 내려 세상 모든 것을 반사하는,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울 우유니 소금 사막이다. 다음날이 마침 음력설이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며 우유니를 한 바퀴 도는 영상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내줬다. 아. 정말. 글을 어떻게 쓰든 우유니의 경이로움은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글 쓰는 모든 행위를 좋아하는데 이럴 땐 진짜 마음이 답답하다. 내가 본 건 100인데 글로는 0.1도 표현이 안 될 때 말이다.


햇빛이 정말 강렬하고 고산병 증세가 심해졌다. 중간에 선셋 포인트로 옮겼는데 그때부터 날씨가 흐려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해가 지는 풍경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번개까지 쳤다. 이건 선셋이 아니라 번개 투어라고 이름 붙여도 될 정도로.

아쉽게 선셋은 못 봤지만 내려오는 길에 수정 누나가 준 코카잎을 양 볼 가득 넣고서 잠에 들었다. 도착할 때쯤 코카잎 덕분인지 두통이 많이 나아졌다. 호스텔에서 4시간가량 잠을 잔 뒤 선라이즈 투어를 위해 새벽 2시에 다시 집을 나왔다. 비가 계속 쏟아진다. 별은커녕 일출도 못 볼 느낌이다.

"원준아, 다리를 좀 더 벌려! 손은 좀 더 모으고. 그래. 그래야 X가 아니라 Y가 나오지. 응 그래, 지금 딱 좋다. 그대로 있어!"


물에 비치는 UYUNI. 우리는 7명인데 8명이 있어야 했다. 가이드에게 졸랐더니 옆 지프 카에 있던 친구를 데려 와서 I 위치에 세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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