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 멕시코시티 (Mexico city) 2
2015년 12월 12일
공해가 매우 심한 도시로 유명한 멕시코시티. 나는 원래 덜 민감한 편인데 "고산지대라 그런지 공기가 맑네?"라고 해맑게 생각했다. 1500년 전 유적지, 고대 피라미드가 남아 있는 테오티우아칸으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메트로를 타고 이동했는데, 멕시코시티 메트로는 상당히 좋다. 단돈 5페소 (350원) 면 어느 구간이든 상관없이 1회 이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관광지와 흐스텔이 멕시코시티 소깔로 주변에 모여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지역으로 나갈 땐 메트로를 이용하면 쉽고 편하게 갈 수 있다. 실내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구간, 속도, 가격을 따져보면 미국 지하철보다 좋은 것 같다.
주의점 : 빠르고 편하다고 해서 긴장까지 놓으면 절대 안 된다. 보조 배낭을 앞으로 메는 것은 기본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그 유명한 한국 지하철보다 더 한 지옥철을 맛볼 수 있다. 내부가 좁은데 사람은 미어터진다. 조금 멍 때리다가는 내릴 곳을 놓치는 일도 생긴다.
테오티우아칸으로 갈 수 있는 터미널 역에 도착해서 곧바로 테오행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ISIC 학생 할인을 받아볼 까 했는데, 멕시코에서는 ISIC 할인이 쉽지 않다. 국제 학생증이 아닌 멕시코 학생증은 버스도 50%가량 할인을 해 준다. 단, 방학 기간에만 가능하다.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달리면 테오티우아칸에 도착한다.
유적지 전 영역에 걸쳐 상인분들이 참 많다. "Amigo, amigo!" 하며 능글맞게 다가오는 모습이 우리나라 노점상들을 떠오르게 한다. 익숙하다. 토요일이어서 그런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중간중간 높은 곳에 올라가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계단 위에서 노래도 불러봤다. 적막감이 감돈다. 바로 전날에 다녀온 같은 호스텔 지훈이 형은 "수학여행 온 멕시코인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계속 사진 찍자고 달라붙어서 재밌었어요."라고 했는데.
지금은 원래 이름조차 알 수 없다는 이 곳. '테오티우아칸'은 '신들의 도시'라는 뜻으로, 이곳을 발견한 아스테카 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아즈텍 사람들보다 훨씬 이전에 이 높고 고요한 도시, 멕시코 시티에 자리를 잡아 문명을 이룩했지만 지금은 아무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테오티우아칸.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왜 이 큰 도시를 버려두고 떠나야 했을까? 이곳을 걷는 내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만나고, 노래 부르고, 밥 먹고, 제사 지내고, 그런 모습들을 상상해 봤다.
유적지 한가운데로 길게 뻗어있는 '죽은 자의 길'. 그 옛날, 인신공양으로 드려지던 제물이 될 사람이 걸어온 길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유적지 정 중앙의 달의 피라미드로 향하는 이 길을 걸으며 나 또한 제물이 되어 죽으러 가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피라미드이다. 올라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반면 '달의 피라미드'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테오티우아칸의 하이라이트다.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렸던 곳이며 발견된 유물이 많아 역사적인 가치가 크다고 한다. 달의 피라미드 한가운데에 서서 유적지 전체를 내려다봤다. 피라미드의 규모는 찬란했던 고대 문명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앞에서 그들의 엄청난 기술에 코웃음 치며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을 들이댄다. 어느 행상의 피리 부는 소리가 적막한 달의 피라미드를 덮을 때, 그곳에서 찬란함이 아닌 고요함과 무상함을 느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왜 당신들은 이름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나야 했나요?
그러나 그들은 답이 없었다. 피라미드와 함께 모두 고이 잠들어 있었다.
유적지를 나와서 다시 멕시코시티로 돌아왔다. 멕시코시티 주민들도 한적한 주말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멕시코시티 (현지어로 멕시코데에페)는 원래 호수 위에 떠 있는 도시였다는 것. 이곳을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도시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호수를 몽땅 메워버리는 바람에 지금의 멕시코데에페 모습이 생겼났다. 현재 소깔로 중심부에 자리 잡은 콤포스텔라 대성당 역시 정복자들이 아스텍의 황금 신전을 허물고 그 위에 지은 건축물이다. 대성당 입구 쪽에 바닥을 투명하게 만들어놓은 곳이 있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스텍 신전의 일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위에서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그 마저도 희미하게 흔적만 남은 찬란했던 멕시코시티의 옛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왜 스페인 사람들은 원주민들을 모두 '야만인'으로 규정했을까? 그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찬란한 유산들을 마음대로 헐어버리고, 그 헐어서 얻은 황금과 은은 지금 엄청나게 발전한 유럽 복지의 초석이 되고.
스페인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왠지 자신들의 찬란했던 전성기를 대표하듯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는 않을지. 다음번에 유럽 여행을 하거든 꼭 스페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
* 이번 학기에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와 문화'라는 수업을 듣는다. 라틴의 원주민들을 설명하는 단어는 '인디오'인데, 이 마저도 서양의 관점에서 서술한 단어란다. 콜럼버스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는 그곳이 인도라고 착각하여 그 땅을 'Las Indias', 원주민들을 'Los Indios'로 명명했다. 그 어원이 아직까지 남아서 원주민들을 인디오라고 부른다. 분명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교수님께 질문했다. "인디오도 틀린 말이면, 그 지역 원주민들을 설명할 수 있는 더 정확한 단어가 있나요?"
"라틴 아메리카의 민족과 언어는 워낙 다양해서 하나로 묶을 수가 없어요. 안타깝지만 이들을 통칭할 때는 인디오라는 단어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천해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자원을 타고났지만 역사는 너무 뼈 아픈 곳, 라틴 아메리카. 우리나라와 닮았다. 여행 내내 이 사람들에게 정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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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서 저 악기 (이름을 모르겠다.)를 연주하는 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끔 정말 예쁜 소리를 내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분들은 정말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기도 한다. 저 일도 하나의 직업인지 다들 똑같은 옷차림이다. 멕시코시티에 가셔서 마음에 드는 악사를 만나시거든 꼭 팁을 드려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