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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대가리 Jul 05. 2017

일을 넘어 사람을 배운다

때론 사람을 넘어 일을 배우기도.

매장 내의 아르바이트생들을 ‘내부 고객’이라고 했던가.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 새로 나온 포스터가 예쁘길래 찍어놓았다. 제목은 “우리는 일을 넘어 사람을 배웁니다”. 그럴듯하다. 구성원들이 더욱 행복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피플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했다. 오. 일을 넘어 사람에 관해 무엇을 배우는고 하니, 첫째. 이름을 걸고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둘째,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운다. 셋째, 서툰 첫걸음을 응원하는 법을 배운다. 넷째, 동료를 위해 한 발짝 더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이 슬로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봐야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그냥 그래야 할 의무감이 든다.


첫째. 이름을 걸고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 이건 주로 매니저들에게 해당하는 거니까 패스!


둘째,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운다. 음..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이 문구를 말했더니 “지랄하네. 할아버지랑 싸우는 법을 배우겠지.”라며 실소했다. 일한 지 1년이 좀 넘어갔을 때였다. 아침에 그날 쓸 물자를 받아 창고로 내리고 또 쓸 만큼 올리는 작업을 한다. 아마 이 매장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인데, 그 포지션만 1년 넘게 했다. 햄버거 만들 때는 기계가 된 것 같았는데 상하차는 힘들긴 해도 기계 같지는 않다. 이 파트에서 같이 일하던 젊은 친구가 군 입대를 했다. 새로 들어온 분은 할아버지였다. 60대쯤 돼 보였다. 우리는 이런 분들을 “아버님”이라 부른다. 아버님들은 대게 삶의 지혜가 있다. 다만 우리 젊은것들은 이런 분들을 불편해한다. 나와 아버님처럼 젊은 쪽이 고참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 노하우를 알려드리기도, 뭔가를 지시하기도 어렵다. 한바탕 고집이 있는 분이 들어와서 자기 식대로 일을 처리하려 하면 “이 방법이 더 좋고 편한데요.”라고 알려드린다. 그러면 “난 이게 더 편한데. 내 마음대로 할래.”라고 하신다. 그 순간 일이 꼬인다. 맘대로 하시라고 맡겨드리면 내 일거리만 더 늘어난다. 어휴. 난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를 배웠으면 성공이다.

그러다가도 오래 같이 일하면 정든다. 특히 나같이 책임감 부족한 젊은 사람들은 자주 지각한다. 아침 7시 근무라 더 그랬다. 아버님들은 아니다. 지각을 절대 안 한다. 부지런하시다. 10분 먼저 와서 상하차 받을 준비를 다 마쳐놓으실 때도 있다. 늦잠 자서 1시간 지각을 해도 “오늘 또 늦잠 잤어? 어이구. 얼른 와서 근무해.”라고 한마디 하실 뿐이다. 할아버님을 막 부려먹는 매니저들은 잘 욕하는데, 같이 일하는 나한테는 화도 잘 안 내신다. 이런 걸 보면 할아버지랑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운 건 맞지 싶다.


셋째. 서툰 첫걸음을 응원하는 법을 배운다. 음.. 올해 초부터 근무 시간을 바꿨다. 원래는 오전-런치 시간에 일했다가 학교 스케줄에 맞추어 저녁-야간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일은 익숙하다. 24시간 중 가장 바쁘다는 런치를 뛰다 저녁으로 오니 오히려 한가했다. 그런데 구성원들의 차이가 좀 있었다. 런치 때는 이모들, 어른들도 많다. 10-20대가 반, 30대 이상이 반이다. 저녁에 오니 거의 다 20대다. 내 나이 또래라 더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 텃세를 부린다. 텃세랄지 아니면 그냥 그 사람들 성격인 건지 모르겠으나, 도무지 친해질 의지가 안 보인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틱틱하다. 뭐지. 내가 못생겼나?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이미 오랜 시간 같이 일한 자기들끼리는 엄청 친하다.  햄버거를 만들다가 무슨 실수라도 한 번 하면 쥐 잡듯이 달려들어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런치 때는 이런 식으로 했었는데 야간은 또 다른가 보네요. 하하. 저녁 시간대에 일한 지 3개월쯤 지났는데, 친해진 몇몇 하고만 이야기한다. 2년 근무한 내가 이 지경인데, 처음 온 사람들은 얼마나 더 정을 못 붙일까.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서먹한 분위기가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유독 정이 가고, 먼저 이름을 물어봐주고, 편하게 대해주려고 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 아르바이트 생인데, 그 안에서 텃세를 만들어 뭣 하는가. 오히려 처음 온 사람들도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고, 이 일이 힘들 텐데 괜찮겠어요 먼저 물어봐주는 게 정말 서툰 첫걸음을 응원하는 법이 아닌가.

첫 입사했을 때, 같이 들어온 분이 계셨다. 난 월-토, 이분은 주말이었다. 토요일에 처음 만났는데, 그날 점장님이 이분께 하는 샤우팅을 들었다.

“새우를 이렇게 튀기면 어떡해! 위에 안 익잖아. 보여 안 보여? 안 익힌 거 나가면 어떡할라고 그래. 모르면 말을 했어야지!”

물론 새우 안 익은 거 손님에게 나가면 큰일 난다. 그렇다고 사람을 이렇게 쥐 잡듯이 잡으면 어쩌란 말인지. 다음 주부터 이 분은 볼 수 없었다. 이걸 단순히 ‘멘탈이 약한 사람이네’라는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넷째. 동료를 위해 한 발짝 더 움직이는 법을 배운다. 오. 이건 좀 맞다. 당해보면 안다. 지난밤 나이트 직원들이 청소를 잘 해놓으면 런치 때 편하다. 마찬가지로 런치 때 뒷정리를 잘 해놓아야 저녁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다. “내가 이걸 지금 안 하면 어차피 누군가가 해야 하니 내가 하자”라는 착한 마인드를 배웠으면 성공한 거다.     


자. 다시 메인 슬로건을 짚어보자. “우리는 일을 넘어 사람을 배웁니다”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누군가에게 이곳은 사람을 넘어 일을 배우는 곳이 되어버렸다. 수많은 신입 아르바이트생들이 1주일을 못 버티고 관두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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