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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대가리 Jan 16. 2018

2018년 법정 최저시급은 7,530원입니다.

So what

작년까지만 해도, 스케줄 매니저에게 자주 연락이 왔다. 일요일 저녁에 사람이 없는데 나와 줄 수 있니. 수요일 아침에 3시간밖에 못하는 거니. 학원 갔다 와서 오후에도 해줄 수 없니.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고 싶었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허물없이 친해질 수 있는 게 좋았다. 돈을 벌고 싶거든 최저시급밖에 안주는 패스트푸드점을 할 게 아니라 과외를 하던가 좀 더 재능 살릴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매니저와의 관계도 최대한 좋게 유지하고 싶었다. 요청해 온 시간대에 별 일이 없으면 스케줄을 넣어달라고 했다.


해가 바뀌었다. 시급이 올랐다. 6,470원은 7,530원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일하는 M 패스트푸드점은 햄버거 가격 인상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더 이상 일 해달라고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이다. 7일 다 스케줄을 신청하면, 그중에 고작 3일만 들어갈 뿐이었다. 보통 방학 때는 알바생들이 일을 많이 해서 스케줄이 여유로운 건 맞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와 대화하면서 이유를 알았다.


“엄마, 내가 2월까지 일하면 퇴직금이 나오거든? 근데 60시간 넘는 달이 12달이 채워져야 한대. 원래 여유롭게 할 수 있었는데, 이번 달에 이상하게 스케줄이 다 잘리네. 1월에 60시간 못 채울 수도 있어.”

“그래? 시급이 올라서 그런가?”

“일 하는 게 좀 힘들어진 것 같긴 해. 햄버거 파동이 잠잠해지면서 손님들은 그 전보다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지는 않았거든. 근데 일하는 사람은 파동 때 그대로야. 아니 오히려 더 줄어든 것 같아. 어제저녁에 일 할 때도 너무 힘들더라.”

“4명이 하던 일을 3명이서 하게 됐다?”

“응. 맞아. 딱 그거야.”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아직까지 알바로밖에 수입이 없는 나의 형편이 올해는 조금 나아지겠구나. 나의 생각은 딱 거기까지였다. 어리석었다.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퇴직금이 나올까 말까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시급은 올랐지만 그 이상으로 근무 시간이 줄었다.

줄어든 지갑이야, 그냥 줄어든 채로 살다 보면 어찌어찌 살아진다. 다만 억울할 뿐이다. 4명 하던 일을 3명이 하게 되는 만큼, 일은 많아질 거고, 근무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시간도 많이 줄어들 거다.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이전보다 더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하기 힘들게 되겠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졸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칠 일도 더 많아질 거다. 이전에 친하게 지냈던 이모들을 보려면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데, 이번 주만 봐도 아침 스케줄이 다 잘려서 이모님들 만날 기회도 없다.


햄버거 값은 그대로고, 임금은 올랐지만, 아르바이트 일인당 근무 시간은 줄어든다. 우리들의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본사에 계시는 분들은 똑같은지 어떤지 모르겠다. 기사를 보니, 이제는 알바 시장도 거의 빙하기 같다고 한다. 나는 이미 아르바이트생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거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알고 싶은데,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시 보고 있다. 난장이의 삶에 작은 공감이 되어 굵은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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