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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Mar 08. 2024

Day 3_2

제주 한 달 살기_2023. 07. 30.

우리는 당장 선택해야 했다. 사람이 가득 찬 베이글 카페 앞에서 1시간이 넘도록 기다렸다가 아침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바로 옆 베이커리 카페(카페 레이어드, 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85 주 1동 1층)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것인지. 당연히 우리의 선택은 후자였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게 베이글이든 소금빵이든 우리 가족은 당장 아침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카페를 들어서자마자 계산대 너머로 제주 바다가 한눈에 보였고, 강렬한 여름 태양 빛을 받은 바다의 물결이 가게 안까지 환히 비추고 있었다. 곧이어 우리의 시선은 다양한 빵으로 향했다. 소금빵과 스콘, 조각 케이크를 주력으로 파는 카페였다. 자리가 협소하지만 다행히 앉을자리가 있었고, 몇 가지 빵을 고른 뒤, 어른이 마실 차가운 커피와 함께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식사 막바지에는 베이커리 카페에도 사람이 제법 북적였다. 우리는 더 혼잡해지기 전에 서둘러 가게를 나섰고, 숙소로 돌아다.

다음 일정은 김녕 성당에 가서 교중미사를 보는 일. 남편과 셋째는 다음 일정 준비를 위해 불참했고, 나와 첫째, 둘째만 미사에 참석했다. 김녕 성당은 김녕 해수욕장 들어서기 전, 오른쪽 골목 안쪽에 위치했다. 조그마한 성당이었고,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교중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우리는 뒤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주에서 보내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모두 4번의 교중미사에 참석할 것이다. 김녕 성당뿐만 아니라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면 매주 다른 성당에서 미사를 보면 어떨까 싶었다. 일단 첫 주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김녕 성당을 찾아갔고, 미사를 보는 내내 우리 가족이 무사히 제주에 온 것에 감사했고, 미사까 드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여유롭게 나오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있었기에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남편은 성당에 다녀온 우리를 기다리는 동안 제주 공항에 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타고 제주 공항으로 출발했다. 마지막 식사라 제주 맛집에 들러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아 공항 내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해결하기로 했다. 공항에 가면 누구나 비행기를 타러 가는 설렘을 안고 가기 마련인데, 우리는 남편을 배웅하기 위해 떠나는 길인지라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남편 역시 다르지 않을 터. 우리는 서로 아쉬운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푸드 코트에서 떡볶이, 라면, 제육볶음밥 등 간단한 분식으로 식사를 마쳤다. 이제 정말 남편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남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혼자 집에서 덩그러니 한 달을 보내야 하는 남편은 더 아쉬운 마음에 울컥한 듯 보였다. 흐르려는 눈물을 겨우 붙잡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헤어졌다. 어쩌면 남편과 가장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만큼 더 애틋해진 마음으로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했다.

다음 행선지는 ‘한라 도서관’이다. 숙소에서 가까운 도서관이 두 곳이 있었는데, 하나는 ‘조천 도서관’이었고, 하나는 ‘동녘 도서관’이었다. 아쉽게도 ‘조천 도서관’은 우리가 한 달 살기를 시작할 즈음에 재개관을 위한 준비로 문을 닫은 상태였고, '동녘 도서관'은 이동 동선과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 제주 공항에 간 김에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한라 도서관’에 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전국적으로 도서 대여가 가능한 ‘책이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가지고 있던 회원증으로 제주 공공 도서관에 등록만 하면 바로 책을 빌릴 수 있었다. 풀과 나무가 많고, 주차장도 널찍한 한라 도서관은 주말이라 그런지 책을 보러 온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다. 어린이 자료실에 들어가 아이들은 각자 보고 싶은 만화책을 골라 의자에 앉아 보기 시작했고, 나는 집에서 함께 볼 그림책을 찾아보았다. 제주도에 온 김에 제주도에 관련된 그림책을 보면 더욱 좋을 것 같아 찾아보기도 했고, 곧 방문하는 친구들의 아이들이 볼 책들도 빌리기 위해 살펴보았다. 우리는 두 손 가득 책을 빌려 다시 숙소로 향했다. 무더운 날씨에 셋째의 유아차를 싣고 내리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내 마음은 렇게 외치고 있었다. ‘우리가 진짜 제주도에 와 있구나.’

 친구들이 오기 전에 간단히 숙소 정리 하고, 저녁에 먹을거리도 생각해 봤다. 당장 10명이라는 인원이 나가서 음식을 먹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일단 집에서 우리 가족끼리 먹기로 한 짜장밥을 준비하기로 했다. 짜장밥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일 테니까. 그리고 아이들 간식과 아이들을 재우고 친구들과 함께 마실 술은 가까운 ‘함덕 하나로 마트’(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14 함덕농협중앙지점)에 가서 구입하기로 했다. 걱정과 불안은 잠시 접어두고, 즐겁고 특별한 추억이 될 6일간의 시간을 상상하며 세 명의 친구와 친구의 아이들을 맞이했다.

“안녕! 반가워~ 우리 6일 동안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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