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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Apr 05. 2024

Day 7_1

제주 한 달 살기_2023. 08. 03.

월정리 해수욕장, 카페 구할 구


자, 이제 다시 몸을 일으킬 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행 기간을 아쉬움 없이 보내려면 마지막 날인 오늘만큼은 날씨와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부지런히 집 밖을 나서야 했다. 우리의 선택은 역시 바다, 해수욕장이었다. 숙소에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월정리 해수욕장’(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33-3)에 가보기로 했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우선 에너지 충전을 위해 월정리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로 향했다.(엄마들에게 모닝커피는 국룰(?)이랄까?) 우리가 가게 될 카페는 ‘카페 구할 구’(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 5길 48-2). 주차할 공간이 없어 당황했지만 이른 방문 덕분에 카페 근처에 무사히 주차할 수 있었다. 이어 셋째의 유아차를 끌고 카페 입구에 다다랐는데, 아뿔싸!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입장이 가능한 카페였던 것이다. 입구 지대보다 높은 곳에 카페가 있었고, 자갈로 된 길 때문에 가까스로 계단을 올라서도 유아차를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와 친구 한 명은 셋째가 탄 유아차를 힘겹게 들어 올려 겨우 카페에 갈 수 있었다.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인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카페 찾는 일을 전적으로 친구에게 맡겼던 터라 이제 와서(더운 날씨에 힘겹게 주차를 했고, 유아차까지 끌고 온 상황) 다른 카페를 알아보는 일은 더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때의 기분을 떠올려보면 나는 ‘짜증’이 났었던 것 같다. 카페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려움을 무릅쓰고 갈 만큼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마음 한구석에선 친구들도 불편한 상황을 인지하고 먼저 발길을 돌려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조차도 내 마음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모른 채 시원한 카페 실내로 들어섰다. 이미 마음 속엔 짜증의 불씨가 켜진 상태였고, 언제 어디서 불씨가 활활 퍼져나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였다. 되도록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다. 셋째가 기상 후 첫 수유를 한지도 어느새 세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시원한 곳에서 수유도 하며 짜증 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먹을 음료와 함께 디저트를 결정하고 주문한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가 나왔고, 모두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음식을 즐겼다. 이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친구 아들이 그만 실수로 커피를 쏟고 말았다. 안 그래도 심란했던 마음이 그로 인해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한시라도 빨리 이 카페를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와 달리 아이가 할 수 있는 흔한 실수니 크게 개의치 않은 듯 보였다. 나 혼자 이 상황이 불쾌했던 게 도리어 아이의 실수로 인한 불편함보다 내 마음을 더 괴롭혔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화가 나는 것일까?’ 앞서 친구들과의 제주 여행은 불편과 어려움이 있을 거란 것을 충분히 예상해 왔던 바다. 그럼에도 나는 시작부터 심란했었다. 함께하는 여행이 싫은 것은 아닌데 이 여행이 온전히 내 여행이 아닌 것 같은 생각 탓에 불편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 가족이 앞서 먼저 여행을 어느 정도 즐긴 뒤에 친구들과 함께 했다면 더 반갑고 즐거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이 모든 상황이 그저 불편하고 짜증스러웠다. 

 불씨가 멈추지 않고, 화마가 되어 돌아온 것은 둘째 녀석이 카페에 있는 고양이에게 관심을 끌 요량으로 마당에 놓인 자갈을 고양이에게 던지는 것을 보게 된 뒤였다. 나는 거기서 참지 못하고 결국, 애꿎은 둘째에게 성난 눈빛과 함께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왜 연약한 동물을 괴롭히는 거야!” 가볍게 타이를 수 있는 문제를 복잡한 내 마음과 뒤섞어 결국 거칠고 자극적인 말들로 쏟아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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