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_2

제주 한 달 살기_2023. 08. 03.

by 오늘도 시작

월정리 해수욕장, 카페 구할 구, 함덕 해수욕장, 소노벨 제주 어멍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친구들도 불편한 내 마음을 눈치채고, 서둘러 카페를 나서며 이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물놀이하러 가자.’ 월정리 해수욕장 한편에는 그늘지고 한적한 장애인 주차장이 있었다. 이쯤에서 화나고 짜증 난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친구는 우리 모두 함께 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나와 셋째는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친구는 "월정리 해수욕장은 물살이 세서 지금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수가 없대.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가 보라는데?"라고 말했다. 해수욕장이면 어디든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물살의 크기에 따라 아이들이 놀 수 없기도 한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월정리 해수욕장 관계자는 더불어 함덕 해수욕장에 가보길 추천하였다. 우리는 아쉽지만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숙소를 너머 함덕 해수욕장에 다다랐을 때 친구가 말했다. “너랑 셋째는 집에서 기다릴래? 우리가 첫째, 둘째 봐줄게.” 날씨만 좋았다면 평상에 머물며 함께 물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 밖의 더위는 친구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 그럴까?” “그래. 다 놀면 연락할게. 셋째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너무 고마웠다. 나만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셋째를 생각한다면 장시간 동안 더위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친구의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고마웠다. 싸워 볼 엄두도 나지 않은 더위에 친구들이 없었다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를 전전했을 것이다. 동시에 오전에 옹졸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날인데, 카페가 뭐라고 그리도 짜증을 냈는지...

나는 여행을 초대한 친구들에게 갑질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숙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내 뜻대로 여행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내 뜻에 벗어난 일정이 전개되면 이유 없는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도 바로 ‘함께’하는 여행이 아닌 우리 가족을 우위에 둔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모른다. 타인을 통해 비로소 진짜 내가 보인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내 마음이 어떤지 깨닫게 되었다. 만약 친구들이 제주도를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우리 가족만 함께 하는 여행을 했더라면 또 다른 모습의 나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까지 더해져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넘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작은 마음이지만 언제나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기에 나를 알고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들에게서 늦은 오후가 돼서야 전화가 왔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았고,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자며 함덕 근처 맛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비록 맛집을 잘 찾지는 못하지만 고생한 친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알아보았고, ‘어멍’(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77 소노벨 제주 TOWER C 1F)이라는 흑돼지 고깃집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하였다. 친구들은 먼저 도착해 있었고, 저녁이 되어 다시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사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내가 저녁 한 끼 대접하는 것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친구 하나가 소노벨 리조트 회원권이(식당이 소노벨 리조트 내에 있어서 할인이 가능했다.) 있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자신이 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다른 친구 하나는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우리 함께 한 여행이니 똑같이 부담하자고 극구 말렸으나 친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니 그냥 받아주길 바랐고, 결국 나는 하루 종일 친구들의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이제와 글을 빌어 고백해 본다.


5박 6일 동안 고맙고 미안했어. 더 많이 배려하고 베풀었어야 하는데, 옹졸한 마음에 받기만 했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땐 성숙한 사랑으로 보답할게.


우리는 끝자락에 선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근처 이디야 커피(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 19길 9 1층 이디야커피 제주함덕해수욕장점)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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