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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Apr 05. 2024

Day 7_2

제주 한 달 살기_2023. 08. 03.

월정리 해수욕장, 카페 구할 구, 함덕 해수욕장, 소노벨 제주 어멍


우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친구들도 불편한 내 마음을 눈치채고, 서둘러 카페를 나서며 이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물놀이하러 가자.’ 월정리 해수욕장 한편에는 그늘지고 한적한 장애인 주차장이 있었다. 이쯤에서 화나고 짜증 난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친구는 우리 모두 함께 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고, 나와 셋째는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친구는 "월정리 해수욕장은 물살이 세서 지금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수가 없대.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가 보라는데?"라고 말했다. 해수욕장이면 어디든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물살의 크기에 따라 아이들이 놀 수 없기도 한다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월정리 해수욕장 관계자는 더불어 함덕 해수욕장에 가보길 추천하였다. 우리는 아쉽지만 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숙소를 너머 함덕 해수욕장에 다다랐을 때 친구가 말했다. “너랑 셋째는 집에서 기다릴래? 우리가 첫째, 둘째 봐줄게.” 날씨만 좋았다면 평상에 머물며 함께 물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 밖의 더위는 친구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그... 그럴까?” “그래. 다 놀면 연락할게. 셋째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너무 고마웠다. 나만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셋째를 생각한다면 장시간 동안 더위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친구의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고마웠다. 싸워 볼 엄두도 나지 않은 더위에 친구들이 없었다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를 전전했을 것이다. 동시에 오전에 옹졸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날인데, 카페가 뭐라고 그리도 짜증을 냈는지...

 나는 여행을 초대한 친구들에게 갑질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숙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내 뜻대로 여행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내 뜻에 벗어난 일정이 전개되면 이유 없는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도 바로 ‘함께’하는 여행이 아닌 우리 가족을 우위에 둔 여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모른다. 타인을 통해 비로소 진짜 내가 보인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내 마음이 어떤지 깨닫게 되었다. 만약 친구들이 제주도를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우리 가족만 함께 하는 여행을 했더라면 또 다른 모습의 나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까지 더해져 나는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넘어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작은 마음이지만 언제나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기에 나를 알고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들에게서 늦은 오후가 돼서야 전화가 왔다. 아이들과 즐겁게 놀았고,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자며 함덕 근처 맛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비록 맛집잘 찾지는 못하지만 고생한 친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알아보았고, ‘어멍’(제주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77 소노벨 제주 TOWER C 1F)이라는 흑돼지 고깃집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이동하였다. 친구들은 먼저 도착해 있었고, 저녁이 되어 다시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사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내가 저녁 한 끼 대접하는 것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친구 하나가 소노벨 리조트 회원권이(식당이 소노벨 리조트 내에 있어서 할인이 가능했다.) 있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자신이 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다른 친구 하나는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우리 함께 한 여행이니 똑같이 부담하자고 극구 말렸으나 친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니 그냥 받아주길 바랐고, 결국 나는 하루 종일 친구들의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이제와 글을 빌어 고백해 본다.  


5박 6일 동안 고맙고 미안했어. 더 많이 배려하고 베풀었어야 하는데, 옹졸한 마음에 받기만 했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땐 성숙한 사랑으로 보답할게.


 

우리는 끝자락에 선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근처 이디야 커피(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 19길 9 1층 이디야커피 제주함덕해수욕장점)에서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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