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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Apr 11. 2024

Day 8_1

제주 한 달 살기_2023. 08. 04.

사려니숲길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길게만 느껴졌던 5박 6일이란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고 말았다. 아침부터 친구들은 분주했다. 가장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던 친구는 등 가방 하나를 남겨두고 전날 택배로 모든 짐을 부쳤고, 또 한 명의 친구는 캐리어 하나에 짐을 다 실었다. 친구와 아이들은 제주를 떠나는 아쉬움과 집으로 돌아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각자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서둘렀다. 제주공항과 가까운 장소를 물색한 결과, 한 친구는 ‘제주국립박물관’(제주 제주시 일주동로 17 국립제주박물관)에 가기로 했고, 또 한 친구는 미디어아트 테마파크인 ‘노형슈퍼마켙’(제주 제주시 노형로 89)을 가기로 했다.(제주도는 몇 년 전부터 미디어아트 전시가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제주국립박물관 내에서도 미디어아트가 상영, 전시되었다.) ‘제주국립박물관’은 아이들이 놀기 좋은 체험 공간(어린이박물관)을 마련해 두었다고 하며, 미디어아트 테마파크인 ‘노형슈퍼마켙’ 역시 남녀노소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고 하여 각자의 일정에 부푼 기대를 안고서 숙소를 나섰다.

'잘 가! 친구들아~ 돌아가서 다시 만나자. 그때까지 각자 이 무더운 여름 안에서 평안하게 지내길 바랄게.'

 대학교 친구들과 더욱 활발한 만남을 유지하기 위해 계를 형성하고 곗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자그마치 10년 전의 일이다. 여행계라는 명목으로 매달 얼마씩 모으며 여행 갈 그날을 꿈꿔 왔다. 물론 가까운 곳으로 몇 번의 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시간 동안 남편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모여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고 특별한 시간이었다. 내가 다짐하고 계획한 제주 한 달 살기가 친구들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모든 가족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내 불손한 마음과 태도로 인해 서로가 조금씩 상처받고, 속상한 일도 더러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자책하고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내 마음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또다시 찾아올 성숙한 만남과 여행을 위해 없어선 안 될 귀한 시간이라 여기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나니 숙소도 마음도 휑해졌다. 10여 명의 인원이 복작복작 모여 밥을 먹고, 잠을 자며 한 식구처럼 지낸 시간이 무색해진 기분이랄까. 물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감사하고 소중했지만 비로소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곧이어 우리 네 가족만이 맞이하는 첫 일정을 어떻게 꾸리면 좋을까 나름 설레는 마음으로 고민을 거듭했지만, 역시나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바로 숲. 제주의 숲이 좋아 무작정 한 달을 살고자 한 내 마음이 언제나 숲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한 일정 중에서도 비자림에 갔을 때 가장 즐거웠다. 그러니 숲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비자림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숲은 ‘사려니숲길’(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137-1). 이름부터 너무나 아름다운 사려니숲(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 또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신역(神域)의 산명(山名)에 쓰이는 말이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_출처 : 사려니숲길 안내판)은 우리 숙소에서 자차로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너무 멀지 않았고, 날씨가 매우 덥지만 비가 오지 않았기에 머뭇거릴 새가 없었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고, 곧바로 출발하였다. 사려니숲으로 가는 도로도 숲과 닮았는지 조금은 특별했다. 바다를 등지고 산을 향해 가다 보니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으며, 숲 사이를 달리는 것처럼 양편에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다. 우리 네 가족이 처음 맞는 여행과 닮은 색다른 풍경들이 앞으로 다가올 제주의 여행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다가올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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