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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Aug 09. 2024

Day17_1

2023. 08. 13._제주 한 달 살기


제주대학교병원 스타벅스 나우메디의원 제주돔베


 셋째가 아파도 어김없이 찾아온 주일. 병원과 가까운 성당을 찾아보았다. 연동성당. 한라수목원 옆에 위치한 성당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오후 일정이 정해졌다. 오전에는 큰 아이들 없이 혼자 두 번의 수유를 마칠 것이다.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한 뒤,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한라수목원을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어제 저녁 12시가 가까운 늦은 시간에 잠이 들어 기상 시간도 그만큼 늦어졌다. 나만의 새벽 시간을 보낼 틈도 없이 서둘러 준비하여 병원으로 향했다. 차 속에서 간단히 당근과 바나나로 아침을 때우고 오전 7시 40분, 병원 중환자실에 입성했다. 아침이 되어 깨어있을 시간에 셋째가 잠이 들어있다. 간호사 말로는 이른 새벽, 4시쯤 일어나 한참 놀다가 잠이 들었다고 한다. 배고파 지쳐 잠들었을지도 모를 셋째를 생각하니 안쓰러워 곤히 잠들어있었던 막내를 조심스레 깨웠다. “아들, 엄마 왔어. 밥 먹자.” 다행히 힘들지 않게 잠에서 깬 셋째와 눈을 마주치고 살을 비비며 인사를 나누었다. “잘 잤어? 우리 아들? 오늘 컨디션은 어떨까? 엄마가 우리 아들 밥 주려고 서둘러서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고팠던 셋째는 잘 먹었고, 편안한 얼굴이 되어 첫 번째 수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따 보자.”

 이어 스타벅스(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정의현로 29번 길 29_제주도남 DT점)’로 향했다. 새벽 시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저 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도 해야 했다. 다행히 일요일임에도 검사를 하는 병원이 제주대학교병원 근처에 있어 편하게 검사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타벅스에서는 기도를 하고, 독서를 하며 오후 일정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셋째가 입원을 하고 예기치 못하게 제주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인생에서 불행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반드시 크고 작은 긍정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만큼 살게 되니 깨닫게 된 삶의 진리 같은 것이랄까. 제주 한 달 살기를 계획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감히 상상이라도 했으랴. 하지만 나는 지금 홀로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다. 안타까우면서도 설레는 이 시간. 셋째가 아프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내가 마주할 수 있는 기쁨의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 정성스레 가족의 건강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심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보았다. 피식 웃었다가, 감동해서 울컥하기도 한 화양연화 같던 나의 아름다 시간.

 다음 수유가 더 늦지 않도록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하기 위해 ‘나우메디의원(제주 제주시 연북로 511 에이플렉스 3층)으로 향했다. 쉬는 날이라 그런지 대기 환자가 많았고, 적어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간호사 말에 잠시 주춤했지만 다행히 의사와 대면하지 않고, 검사 처방이 나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만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검사만을 온전히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바쁜 간호사들이 오고 가며 검사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전 병원보다 조금 늦은 20분가량의 시간이 걸려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역시 음성. 검사 결과 확인서를 들고 두 번째 수유를 하기 위해 제주대학교병원으로 돌아갔다. 정확히 첫 번째 수유를 한지 세 시간 만에 두 번째 수유를 할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첫 번째 수유만큼 잘 먹지 않는 셋째이지만 수유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놓고 숙소에서 기다릴 큰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이동하였다.

 큰 아이들도 엄마인 나 못지않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 기상도 늦어지고 덩달아 아침 식사도 늦어졌다고 한다. 맛있는 점심을 먹자고 회유하며 큰 아이들의 심드렁한 기분을 끌어올리려 노력해 보았지만 어쩐지 점심 메뉴 카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서 제주에 오면 함께 먹고 싶었던 고기 국수와 돔베 고기를 파는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제주돔베(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북로 840_현재는 휴업상태)’ 점심시간에 맞춰서 방문했던지라 이미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들어서 있었다. 엄마만 들떠 들어선 가게에서 셋이 먹기 적합해 보이는 세트 메뉴를 시켰고, 그마저도 큰 아이들은 잘 먹지 못했다. 혼자서 다 먹을 순 없으니 아쉬움을 남기고 배가 가득 찬 상태로 큰 아이들과 함께 세 번째 수유를 하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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