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이 더해진 일곱 명의 가족이 함께 이동할 수단은 ‘카니발’이었다. 3박 4일 동안 함께 움직이기에 더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막내 외삼촌 내외분이 서울에서 출발 전, 미리 렌터카 예약을 하셨다. 이어 제주공항에 내려 픽업하신 뒤 우리가 사는 숙소까지 직접 찾아오신 것이다. 운전석 뒷 좌석에는 셋째의 카시트를 후방 포지션으로 설치하였고, 운전은 막내 외삼촌이 맡으셨다. 짐칸에는 셋째의 유아차를 실었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출발하였다. 우리가 가게 될 식당의 이름은 ‘원조 교래 손 칼국수(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645)’ 약 25분 정도 소요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차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담소를 나누며, 식당을 향해 달려갔다. 숲을 가로질러 가는 길, 운전하지 않는 좌석에서 바라본 제주의 숲 역시 푸른 바다 못지않게 자연의 경이와 아름다움이 담겨져환상 그 자체였다. 길도 잘 나 있어서 가는 내내 거칠게 없었다.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일전에 큰 아이들과 한 번 다녀온 식당에 들어섰다. 그런데 어쩐지 가게 주변이 조용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지만 손님이 많은 식당인지라 ‘이렇게 한가할 리가 없을 텐데.’ 싶은 마음으로 식당 가까이 다가가보니 매주 화요일, 휴무 날이었다. 아뿔싸! 어쩔 수 없이 건너편 ‘교래 곶자왈 손 칼국수(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636)’ 집으로 급하게 방향을 돌렸다. 그곳도 역시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식당 앞 좁은 현관 앞에서 10여분을 기다렸을까. 겨우 문 앞자리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큰 아이들과 친정엄마(이하 엄마) 테이블은 닭칼국수를 시켰고, 외숙모는 보말 칼국수, 외삼촌과 나는 모두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닭칼국수와 빈대떡을 시켰다. 정신없고 번잡한 식당이었지만 사람 그 자체로도 여행이 되는 제주였기에 우리는 그마저도 행복에 겨웠다.
맛있게 점심 한 끼를 먹고 난 뒤의 일정은 시장이었다. 식당에서부터 큰 전통시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동문 시장과 서귀포시장 중 그나마 가까운 시장을 선택해야만 했다. 결론은 ‘제주 동문 시장(제주 제주시 관덕로 14길 20)’. 우리는 다시 북쪽을 향해 이동하였다. 여름이고 휴가철이라 시장 역시 사람들로 북적였다. 두 번째 방문 덕분에 시장 내 지리 사정을 어느 정도 알았고, 미리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두어 지체되는 시간 없이 장을 보기 시작했다. 시장 정 가운데에서 팔고 있던 통귤 탕후루를 아이들 손에 하나씩 들려주고, 시원한 슬러쉬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첫째가 좋아하던 닭강정도 또 샀다. 최근에 동문 시장에서 샀던 하우스 감귤이 때마침 똑 떨어져 가족들이 함께 나눠 먹으면 좋을 것 같아 귤도 한 봉지 샀다. 물론 막내 외삼촌과 외숙모도 함께 먹을 제주 산지 회도 떴고,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딱새우도 사셨다. 양손 가득 먹을 것들을 사 들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여행 겸 저녁 장보기가 된 동문 시장 방문. 두 번째 방문에도 먹거리뿐만 아니라 눈요기할 것들도 다양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숙소 가는 길 중간에 술과 흑돼지 삼겹살을 사기 위해 ‘함덕 하나로 마트(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와로 40)’에 들렀다. 이곳에서도 원 없이 아이들이 먹고 싶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샀다. 어른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장보기였다. 우리 가족만 있었더라면 회도, 딱새우도, 흑돼지 삼겹살도 너무 많아 한꺼번에 사 먹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거운 가족여행. 서로 너무 잘 알고, 누구보다 편한 사이기에 풍성한 먹거리만 있어도 마냥 행복했다. 무엇보다 엄마인 내가 가장 즐거웠다. 혼자 아이 셋을 케어하며 잘 모르는 제주를 오고 가는 일이 즐겁기도 했지만, 책임감 또한 막중했기에 나름 긴장된 상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와 가장 가까운 어른들이 함께 하니 즐거움은 배가 되고, 책임감은 반으로 줄어드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었다. 우리 가족은 숙소로 돌아와 모두 정리하고 씻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려면 아직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상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모든 가족이 샤워부터하게 된 것이다.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친 뒤, 엄마와 나는 저녁 준비를 서둘렀다. 사 온 음식들로 좁은 테이블을 가득 채웠고, 그 좁은 테이블에서 일곱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탁상 위에서 거론된 주제는 일명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얼른 와서 먹어라.’ 아이들도 챙기고, 저녁 준비를 하며 오가는 나를 보며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이미 도착해서 엄마의 잔소리에 한껏 예민해진 터라 반복되는 식사 제안은 내 마음을 꽤나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고, 힘겹게 만들어 놓은 즐거운 식사 자리를 나로 인해 망칠 수 없었다. 다행히 첫날 저녁 식사 시간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내일엄마를 향한 내 마음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