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킴 장애 환자들의 식욕
인간의 욕구를 말하면, 흔히 매슬로의 인간의 욕구 피라미드(1943)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욕구 피라미드에서도 생리적 욕구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욕구로 욕구 피라미드의 최하단에 위치한다. 인간 생존을 위해 물리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인간의 신체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따라서 적응적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 음식, 물, 성, 수면, 항상성, 배설, 호흡 등과 같이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본능적인 신체적 기능에 대한 욕구가 생리적 욕구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욕구이므로 다른 어느 욕구보다도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
음식과 식욕
음식은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에서 생리적 욕구에 해당하며, 음식물을 섭취하려는 욕구를 식욕이라 부른다. 하지만, 식욕은 생리적 욕구에 해당하는 공복감의 음식 섭취와는 다른 개념이다. 공복 때 일반적인 음식물을 섭취하고자 하는 욕구 상태는 생리적 욕구가 맞지만, 식욕은 생명유지를 위한 목적보다는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욕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현대인들은 여가시간에 소문난 맛집을 찾아다니며, 핫플레이스 인증샷과 함께 개인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빠른 속도로 다음 맛집을 찾을 것을 계획하는 등 삶의 일부를 잘 먹는 것, 맛있게 먹는 것에 목숨을 건다. 잘 먹는다는 것은, 푸짐하게, 보기 좋게 등의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작업치료사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 연하장애(삼킴 장애) 환자들에게 잘 먹고, 맛있게 먹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환자들에게 알려준다. 연하 치료 또는 삼킴 재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하게 먹는 것이다.
의식이 있는 침상 환자,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 및 반혼수상태에 환자든 음식물 섭취라는 생리적 욕구는 충족시켜줘야 한다.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는 자발적인 삼킴을 통해 음식물 섭취를 유도할 것이며,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영양을 다양한 의료적 기술로 제공하게 된다. 간혹, 의식이 없는 반혼수상태의 환자들도 자발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 드물다.
의식이 있는 환자는 자발적으로 음식물을 입으로 섭취하여 식도를 지나 위까지 순서대로 가면 문제가 없지만, 삼킴 장애의 환자들은 의식이 있어도,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삼킬 수 없다. 환자들마다 삼킴 장애의 원인과 그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삼킬 수 없다는 것은, 음식물을 삼키는 과정 중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다.
삼킴 과정은 생명과 연결되어 있으며, 정상 삼킴 과정은 구강 전기, 구강기, 인두기, 식도기로 크게 4단계로 구분한다. 이 4단계에서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현상을 기도흡인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합병증은 흡인성 폐렴이다. 폐는 공기만 들어가야 한다. 공기 외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는 폐렴이 발생하게 되는데, 노약자 등 침상 환자들에게 폐렴은 죽음과도 연관되는 무서운 병이다.
나의 아빠는 이 흡인성 폐렴을 달고 사셨고, 흡인성 폐렴으로 인해 패혈증까지 발생하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삼킴 장애 환자들에게도 생명을 유지하는 영양 섭취는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입으로 먹는 것은 오히려 병이 생기니, 입으로 먹는 것을 막아야 살 수 있다. 입으로 먹지 못한다면 어디로 먹어야 할까?
다양한 영양 공급 방법이 있다.
콧줄이라 불리는 NG tube, 위에 구멍을 직접 내어 영양공급을 하는 G tube(PEG), 수액을 통한 영양공급 등 아빠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방법 외 모든 방법을 이용했다.
삼킴 장애 환자에게는 환자의 증상에 맞는 식이가 제공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유동식으로 걸쭉한 음식의 형태로 제공되고, 액체는 삼가도록 한다. 튜브를 이용하여 영양섭취를 함께 하면서 삼킴 재활을 통해 점진적으로 입으로 식사하는 양을 늘리게 된다. 아빠는 병원에서나 집에서나 삼킴 재활을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침상에 누워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삼킴의 기능은 더욱더 안 좋아졌다. 침을 삼킬 때도 흡인이 일어날 정도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까지 왔다.
아빠의 삼킴 재활 과정 중 앞으로는 입으로 음식물을 다시 섭취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은, 비디오 판독검사 결과도 그러했지만, 바로 아빠의 식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의 짧다면 짧은 작업치료사 경력 중 그중에도 많은 치료를 차지한 것은 바로 삼킴 장애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다. 많은 환자들을 만나 평가부터 치료를 하면서 얻은 팁으로, 환자의 초기 평가 시 삼킴 재활의 기간과 예후가 대략 그려진다.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제일 큰 부분은 바로 환자의 식욕이 있는지, 없는지이다. 식욕이 있다면 대게 인지손상이 적은 환자는 빠르게 삼킴의 기능이 회복했지만, 식욕 즉, 식탐 같은 먹고자 하는 욕심이 없는 환자들은 매우 회복의 속도가 느렸다.
아빠는 그렇게 식욕을 잃고 나서부터 모든 음식의 맛은 눈으로만 느껴야 했다. 아빠의 식욕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아빠 앞에서 삼겹살도 구워 먹고, 아빠가 평소 좋아했던 음식을 보여주고 먹어보았지만, 아빠는 실제로 먹고 싶지 않아 했으며,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침상 환자들에 컨디션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는 환자의 식욕을 유지하여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먹는 것의 즐거움.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 환자가 삶을 살아가고 싶은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