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외래 진료를 갔던 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내 속마음을 툭 내뱉었다.
조용한 진료실 안에서 타닥타닥 울리던 키보드 소리가 뚝 끊기고, 교수님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 진료 올 때마다 항상 불안불안해 보였어요."
깊게 한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뱉으며 말했다.
"입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입원을 합시다."
그 조용한 진료실에서 소리가 난다면 아마 그것은 내 두 눈동자가 흔들리는 소리였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한 마디가 입원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다.
이전에 내가 입원하고 싶다고 교수님을 졸랐을 때는 완강히 거절했던 분이었는데,
내가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길래 지금은 입원을 먼저 추천해주는 걸까.
교수님은 곧바로 언제부터 입원이 가능한지 물었다.
내가 "어... 저는... 저는..." 하고 망설이자, 부드럽던 교수님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하며
내일부터 입원하자고 말했다. 어버버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나 입원하래, 교수님이."
남편에게 말했다.
"오늘 당장?"
남편 역시 충격받은 듯 어버버하며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아니, 오늘 접수해보고 병실 있으면 오늘 하고, 없으면 내일이라도 하재."
입원 신청을 하려 원무과로 걸어가는 동안, 우리 둘은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차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느라 바빴고,
남편은... 글쎄,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원무과에 입원 신청을 하면서도 내내 나 자신에게
'이게 맞나? 나는 정말 입원을 하고 싶나?'를 스스로 되물었다.
"아직 병실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가 안 되어서, 체크한 뒤에 보호자 연락처로 연락 드릴게요."
원무과 직원이 말했다. 뒤돌아 나오며 남편 손을 잡고 걸었다.
"무슨 얘기 했어?"
남편이 물었다.
"별 얘기 안 했어... 그냥... 그냥 말했는데 갑자기 입원하자 그랬어."
남편은 알았을 것이다. 내가 말한 '그냥'이 그냥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더 캐묻지 않았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듣는 본인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병원을 돌아 나와 마트로 향했다. 마트로 향하는 내내 생각했다.
'내가 입원할 정도인가? 나 전에는 입원하고 싶었는데, 지금도 입원하고 싶나?'
다시 들어간다면 그 디지털 디톡스 같은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고양이들도 있고, 나 회사도 계속 다녀야 하는데?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니 눈물이 날것같았다.
특히 남편에게 또 이런 상황을 주게 만든 내가 싫고 고생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미안했다.
고민을 하다가 마트에 온 즐거움에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역시 난 괜찮아. 지금 이렇게 기분이 좋잖아?'
신나는 마음에 남편에게 말했다.
"나 입원 안 할래."
그러자마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병원 직원이었다.
"병실이 있는데 오늘 입원하실 거예요?"
남편은 나에게 다시 물었다.
"입원 안 할 거야?"
"응, 나 입원 안 할 거야."
그렇게 내 입원은 취소됐다.
요즘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내가 깊은 예전 일의 대화는 꺼내고 싶지 않다고 하니,
미술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미술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가 역시
나에게 입원 진료를 해보는 건 어떻냐고 물었다.
"다들 나한테 왜 이러지? 아니요, 저는 입원 안 하고 싶어요."
난감해하던 상담사의 표정에 나도 뭔가 불편해져 버렸다.
나 진짜 입원해야 될까? 고민 끝에 회사에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상사가 내 이런 상황을 전부 알고 있었기에 편하게 얘기했다.
입원 권유를 받아서 입원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 미리 말씀드린다고.
상사는 윗선에는 본인이 잘 말해둘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렇게 미워하고 싫어했는데, 이럴 땐 또 고맙단 말이지
미리 회사에 말해두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내 입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남편도, 상담사도, 교수님도 모두 나의 입원을 바라고 있는데, 내 상태를 내가 진단할 수 있나?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내가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걸까?
그래, 내가 좀 더 나아져서 남편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아무래도 입원해야겠지.
한 번 눈 딱 감고 입원 다시 해야겠다.
2주 뒤 외래에서 말했다.입원을 해야 된다면 하겠다고.
그런데 교수님이 1주 동안 출장이니, 그 이후 다시 외래 와서 그때 병실을 체크해보고 입원하자고 하셨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2주일.
지난주까지는 '입원해야지'라며 자포자기했는데,
지금은 또 '난 괜찮아. 요즘 내 기분 최상인데? 나 요즘 힘든 것도 없어' 하면서 입원을 거부하려 한다.
왜냐면 나 진짜 괜찮았거든. 어제 한 산책도 기분 좋았고, 요즘 울지도 않아.
이 글이 올라가는 날, 나는 입원 결정을 해야 한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나는 괜찮다고 외치는 나와 입원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끝나지않는 무한한 고민에 빠져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