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같은 환자여도 괜찮나요?

조울증 일기

by 정헴




이유 없는 불안감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불안은 아니다. 아무 예고 없이, 간헐적으로 울컥 올라오는 불안이다.

나의 일상에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몸은 먼저 반응한다.
갑자기 떨려오고, 속이 울렁거린다.

이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이럴 때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고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빠르게 늪처럼 깊어진다.
이 패턴을 알기에,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


스스로를 속이듯이.

안정제 한 알을 먹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약을 먹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언제 약빨이 돌까, 언제 괜찮아질까 초조해지기 시작하면
한 알, 두 알로 이어지기 쉽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지난번 새로 추가된 약을 먹은 이후로
내 감정 상태는 꽤나 ‘정상 범주’에 들어왔다고 느낀다.
하루하루를 살기 버거워서 죽겠다는 말이 입에 붙어 있던 때와 달리
요즘은 얼렁뚱땅 하루가 지나고,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 있다.

‘오… 이 정도면 꽤 나쁘지 않은 일상인데?’ 싶은 순간도 생겼다.



물론 이 나쁘지 않은 일상 속에서도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일렁이는 불안감은 이따금 찾아온다.
예전처럼 밀어내지는 않는다. 비록 억지웃음이지만, 나름 반겨줄 수는 있게 됐다.



3주에 한 번씩 가는 외래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살아갈 기력이 없는 동태눈으로 칭얼거리기만 하던 모습 대신
이번에는 약간의 생기가 도는 눈으로 말했다.

약도 잘 먹고 있고, 전반적으로 괜찮아요.
그런데 이렇게 고요하고 차분한 일상이 가끔은 불안할 때가 있어요.
마치 폭풍 전야 같아서요. 그래서 좀 무서워요.



교수님은 말했다.
나아지고 있는 환자들이 대체로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감정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이 안정감 자체를 불안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남들처럼 안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딴소리가 튀어나왔다.
‘거짓말. 이렇게 나아질 리 없어. 괜히 희망이나 심어주려는 말이겠지.’
나는 그 정도로 나아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비뚤어진 확신 같은 것.



그리고 사실, 이쯤 되면 늘 도지는 병이 하나 있다.

상태가 괜찮아졌다고 느낄 때 하루 이틀쯤 약을 일부러 안 먹는 행동이다.

어쩌다 남편에게 들키면 다시 약을 먹긴 한다.
괜찮아진 나에게 취해서 약을 안 먹었다는 말도,
그날은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어차피 혼날 걸 알면서도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스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내 입은 푼수처럼 먼저 움직였다.



청개구리처럼 좋아질 거라는 교수님 말에 태클을 걸듯

약을 안 먹는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이해할 순 없지만

이 또한 나아지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하며

다음 진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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