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가 걷고 있었습니다.
그중 한 아이가 멈춰 섰습니다.
아이는 멈췄고
그 자리에 누워
자신은 가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가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아스팔트 바닥 위에 누워
하늘의 푸르름과
햇살의 따뜻함과
바람의 산뜻함을 이불 삼아
한 껏
가을에게 떼를 쓰는 아이
저는 앞에 있는 신호등이 켜져
길을 건너야 했습니다.
돌아섰을 땐
아이들은 이미 없었습니다.
가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에 멈춰 서기가 겁이 났기에
지금 이곳에 멈춰 설 순 없었습니다.
가을이 좋다는 이유만으론
가을이 좋다는 이유만으론
202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