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병원에서 죽게 될까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노루

병원에서


삼촌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입원했습니다.

쓰러지기 한 이틀 전부터 말이 약간 어눌해지고, 몸 반쪽의 감각이 이상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병원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시던 중에 쓰러져 엠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첫 한 주는 작은엄마가 휴가를 써서 간병을 해주시고

지금 두 번째 주는 제가 간병을 맡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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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지킨 것은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 아홉 가지 수칙 중

삼촌은


1. 금연

2. 절주

3. 싱겁게 먹기

4. 운동

5. 적정 체중

6. 스트레스

7. 정기적 검사

8. 고혈압/당뇨병


총 8가지를 어기시고, 마지막 병원 가기만 지키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끊겠지만 술은 먹어야겠다는 삼촌이 얄밉기만 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딱히 하는 것은 없습니다.

아침에 와서, 삼촌 밥 먹은 것을 치워주거나

짬짬이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것뿐입니다.


병원의 풍경


삼촌은 준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가 아니라 자리를 옮겨야 하지만

코를 너무 골아서, 그나마 사람이 없는 준중환자실에 계속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삼촌은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는 옆의 간이침대에서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삼촌은 주로 티비를 보는데, 왜 그렇게 티비를 볼까 생각해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의 변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많은 움직임이 제한되기에, 침대에서 볼 수 있는 병원은 신기합니다.

움직일 수 있었을 때는, 내 시선에 따라 공간이 변했지만

지금은 이 공간 안으로 시선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첫째, 창문 밖의 풍경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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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은 하나의 스크린처럼,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에 따라 바뀝니다.

삼촌도 그나마 창문을 열어 놓고 있으니, 바람이 들어오면서 기분전환이 된다고 하십니다.


둘째, 텔레비전의 화면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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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다양하고,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는 곳이 티브이인 것 같습니다. 리모컨의 클릭만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니 삼촌의 시선도, 창문과 텔레비전 사이를 왔다 갔다 하십니다. 사실 티브이를 더 많이 보는 것 같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 하나의 창의 역할이 이곳에서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장면들로 생각이 꽉 차서 자기가 환자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셋째, 사람들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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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검사를 위해 병실에 들어오는 간호사분들과 의사분들 그리고 다른 환자들, 그들의 간병인 및 지인들로 인해 이 공간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이렇게 변하는 것들을 보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마지막에는 아픈 삼촌 조차도 변하여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원래 아픈 사람이 아니었으니.



나도 이곳에서 죽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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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게시물이 빼곡한 게시판 앞에서 눈길이 간 포스터가 있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 안내하는 포스터였습니다.


연명의료란, 의학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어려운 사람의 삶을 연장시키기 위한 치료라고 합니다.
그리고 연명의료결정제도란,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자신이 처했을 때, 자신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가만히 그 앞에 서서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도 병원에서 죽게 될까?


아직은 젊고 건강한 나지만, 결국에는 병원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플 수밖에 없고, 늙을 수밖에 없고, 죽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생각해보니, 나만은 변하지 않겠다는 은연중의 믿음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최소한 내가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은 나는 분명 건강하고 젊으니까 말이죠.


끝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거 하나뿐일까요.


모두가 그랬듯, 앞으로도 그러하듯, 저도 어느 곳에서 생을 마감하겠죠.

그리고 그 장소가 병원이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연명의료라는 것이 꼭 어떤 병이나 사고가 아니더라도

삶의 끝에선 순간, 병원에 있다면 맞이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장소는 선택할 수 없더라도, 마지막의 그 순간에 대한 결정은 온전히 저의 몫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마음도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아쉬움이 미련이 되어, 도망가거나,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최소한, 최소한은 내가 이제까지의 삶을 살아왔듯이

삶의 일부로서 똑같이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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