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않고 단호하게
하루 종일 방 정리를 미루던 아이에게 단호하게 훈육을 했던 어느 저녁. 분위기가 가라앉은 밤.
고오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 꼭 안아주며 말했다.
"제가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처럼 키울 거예요."
뜻밖의 말에 나는 놀라 되물었다.
"잉? 엄마가 너를 어떻게 키웠다고 생각하는데?"
고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어머니는 '사준다고 하면 꼭 사주시고, 혼내면서도 화는 안 내시잖아요.'"
"그게 좋았어?"
"네. 그래서 저도 동생이 생겨도 자신 있고, 나중에 아이를 낳아도 어머니처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고오는 조용히 이어 말했다.
"오늘 어머니가 '앉아봐라' 하고 조용히 혼내셨잖아요. 사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3학년 때 자꾸 괴롭히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를 조용히 불러 상담실로 데려갔어요."
"어? 예전에 그런 얘기한 적 있었던 것 같다. 그 친구에게 뭐라고 했었지?"
고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박또박 말했다.
"선생님께 상담실에서 그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그 아이를 데리고 나갔어요.
그리고 '이제 그만하자. 한두 번도 아니고, 네가 당한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괴롭겠어? 갑자기 물건 가져가고, 뒤에서 소리 지르면 깜짝 놀라는 거 몰라?' 하고 말했어요. 화내지 않고 단호하게. 어머니처럼요."
나는 웃으며 물었다.
"단호하게 말했더니 효과가 있었어?"
고오는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그 뒤로는 다시는 안 까불었어요. 그때 너무 기분 좋았어요.
그래서 오늘도 어머니처럼 조용히 혼내시는 걸 보고 저도 어머니처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야~ 엄마가 지금까지 들은 말 중에 최고의 말이다. 그런 멋진 고백 해줘서 고마워."
그날 밤. 나는 고오의 갑작스러운 진심 어린 고백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감격스러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리의 대화를 SNS에 자랑삼아 올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미안함도 살짝 스며들었다.
고오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사실 나는 큰소리로 화를 낸 적도 많았고, 간혹 약속을 지키지 못해 거짓말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내 진심을 이렇게 따뜻하게 기억해 주었다.
순간 양심이 찔렸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모른다면,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된 거다. 하하하!"
앞으로도 지금처럼 카리스마 있게 사랑을 담아 최선을 다해 너를 키워줄게.
고맙다 고오야. 정말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