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
나는 음악을 주로 듣기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는 들을 뿐 아니라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저녁,
프로젝트 스크린에 좋아하는 음악을 보고 있던 그에게 물었다.
“음악은 들으면 되지, 굳이 왜 이렇게 틀어놔?”
“이렇게 보면, 연주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제스처,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로 그 음악의 정서를 더 느낄 수 있거든.”
“아, 같은 음악을 공연에 가서 보고 들으면 또 다른 감흥을 느끼는 것처럼?”
그 후로 종종 그와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보는 일이 함께 누리는 취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골라주는 음악을 함께 보고 들을 때면 왠지 모르게 집 구석구석이 따스한 온기로 채워지는 것 같다.
나는 그가 음악을 보고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좋다.
그로 인해 음악을 통해 느끼던 어렴풋한 행복의 의미를 조금 더 짙게 알아가고 있고,
무엇보다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주의 깊게 보려 하고,
귀 기울여 들으려는 태도.
나는 또 이렇게 사랑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