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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이어리 May 20. 2024

양심이 있다면 오늘은 참아야 한다

절주일기 #4

3월 7일

나도 안다. 양심이 있다면 오늘은 참아야 했다. 이제 겨우 절주 5일째고, 4일째였던 어제는 심지어 과음을 했다. 이건 진짜 민망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사실 3일째에도 한잔 했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참아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퍽 힘든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미나에 다녀왔다. 먼 길 다녀온 것도 힘든데 사람도 많아서 이리저리 치이고 돌아왔다. 근처엔 식당도 없어서 주먹밥과 카페라떼로 배를 채웠다. 심지어 주먹밥 양도 적어서 배부르려고 일부러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를 시켰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을 차릴 힘도 없었다. 소파에 대충 널브러졌다.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맥주를 먹을까 말까 한참 고민했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먹어야지. 이런 날 먹는 맥주가 진짜 맛있는 거 알잖아.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냉장고를 열었다. 그런데 맥주가 한 캔도 없었다. 분명 2-3캔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다.


사러 갈까? 말까?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제도 마셨는데. 절주 선언도 해놓고 친구 보기 민망한데. 이번 주말에도 내내 술약속이 있는데. 돈도 아끼기로 했는데… 한참 고민하다가 참기로 결정했다. 맥주를 사러 가는 것도 당장 맥주값을 치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나의 절주는 항상 이런 식이다. 냉장고가 비어야 참을 수 있다. 그러니 절주를 위해서는 냉장고를 항상 비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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