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그렇게 돌기 시작한 운명의 수레바퀴 때문일까. 그는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다음 여행지로 여수를 선택했다. 북서쪽, 동쪽에 이은 남서쪽.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여수 밤바다>, 버스커버스커\
어디선가 장범준의 애절한 흐느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나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길래 여수로 가자는 것인지 그에게 물어보았다.
“바다가 예쁘지 않은가. 자네가 가본 적도 없는 도시이기도 하고.”
아, 전혀 계획이 없었구나.
허나, 쓰임새를 잡을 계획만큼은 꽤나 철저하고 치밀했다.
여수시에는 남쪽으로 쭉 뻗어 나온 작은 반도가 있는데, 그 지역은 여행객도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아 아주 한적하다. 그러니, 내가 미끼가 되어 그곳에 머무르면 곧 내 쓰임새도 근처로 따라와 있을 테니 훨씬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좋은 작전이었다. 단, 이성적으로는.
감정적으로는 아직 내 혼란스러움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내색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세 번째라는 징크스로 인해 초조함과 불안함은 점차 커져만 갔다. 게다가 이번에는 낯선 곳에서 나 홀로 2박 3일을 꼬박 지내야 했다. 이것 또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한적하다는 것도 보통 한적한 것이 아니었다. 몰래 찾아보니, 우리가 향할 곳은 바닷가 절벽 위에 위치한 아주 작은 숙소였다. 심지어 그 주변 몇 리 안에는 편의점이나 식당, 마트 같은 편의시설이 전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시골이었다.
꼼짝없이 3일은 갇혀 있어야 할 운명이었다. 괜히 수레바퀴가 돌아가지고는.
바람을 가르며 땅을 박차는 우렁찬 기차 소리와 함께.
그렇게 첫 번째 쓰임새를 찾아 떠난 여행을 마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두 번째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