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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Sep 11. 2021

+13, 쓰임새를 찾아서: 동해시 묵호동 完.

어쩌면 그것은 운명적인 만남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가게 간판 한쪽 구석의 문구. 타로 카페.


“아, 아하, 네.”


어쩐지 나를 부추기는 듯한 주변의 기대감 가득한 눈빛들. 알겠어요 알겠어.


“그러죠 뭐. 타로 봐주세요 선생님.”


나도 모르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저명한 심리학자들의 저서가 카페 곳곳에 놓여있었던 것을 의식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그럼, 시작해 볼게요.”


꿀꺽.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돌변한 선생님의 눈빛에 주변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를 배려해주려는 것인 지, 나를 제외한 모두는 카페 밖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그래서 더 압도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


“자, 카드를 한 번 뽑아봐요. 한 장씩, 한 장씩. 여섯 장을 뽑을 거예요.”


한 장씩, 한 장씩. 선생님이 던지는 주제에 맞게 생각을 전환하며 카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 장씩, 한 장씩. 총 여섯 장을 골라냈다. 저 카드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여섯 장의 카드를 모두 뒤집은 선생님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시더니, 번뜩이는 눈빛과 날카로운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순간부터, 어쩌면,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내 미래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40분이나 지났다. 멍한 눈빛으로 커피를 연신 홀짝이는 나와, 내 타로 점괘가 궁금해 죽겠는 나를 제외한 모두들. 눈빛들이 어찌나 반짝이는지 눈이 부시네 아주.


아쉽게도,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는 짧지만 강한 문장이면 충분한, 시시콜콜하고 뻔한 그런 이야기였다. 정말로.


그렇게, 어느새 쓰임새를 찾는 일은 잊혀진 채로, 첫 번째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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