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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Sep 10. 2021

+12, 쓰임새를 찾아서: 동해시 묵호동 三.

사랑과 자유로 가득한 환상 속으로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비록 피곤에 절어 일출은 놓쳤지만, 여느 때보다 힘차고 굳센 기세로 각오를 다지며 시작된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갈 기차를 타기 전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었기에, 자꾸만 몸보다 마음이 앞선다.


비록 묵호동이 그리 넓은 동네는 아니기에, 어제도 지났던 같은 길이기는 하나 주변을 오전 내내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어제 유일하게 허탕을 쳤던, 동화 같은 풍경화로 가득했던 카페 하나가 떠올랐다. 그곳을 꼭 가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끌려가다시피,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김수영을 위하여.’


시인 김수영(1921-1968). 196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서,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을 사랑과 자유를 통해 적극적으로 노래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폭포>, <푸른 하늘을>, 그리고 <풀> 등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강원도에는 연고가 없는, 그 시인 김수영을 위한 카페가 여기에. 무언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직감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고 각자 마실 것을 시킨 뒤 내부를 둘러보았을 때의 이질감이란. 곳곳에 놓인 서양 철학에 대한 책들과 정물화들.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동서양을 막론하는 인물화들 위에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들.



차라리 어젯밤 꿈속에서 본 풍경이라고 하면 더 믿음이 갈 법한 모양새였다. 어느새 내 입은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작은 틈을 만들고 있었다.


“여행 오셨나 봐요?”


“아, 네. 서울에서 왔어요.”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은 아닌데.”


되레 주인이 더 당황하는 상황이라니. 나는 운명적 이끌림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잘 포장하여 설명했고, 그는 내 설명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그 부름에 응답했다.


“혹시, 타로는 안 보시나요?”


“예? 타로 카드요?”


“네. 여기 타로 카페예요.”


아뿔싸.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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