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을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탄식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먹구름 속에 가려 보이질 않았으니.
“함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내일은 부디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아유, 아니에요.”“걱정마요, 주성씨.” “내일은 비가 좀 그치지 않을까요?”
저마다의 방법으로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 그리고 그 한 마디를 타고 목을 넘어가는 한 잔의 소주. 저녁은 그렇게 취기를 머금으며 눅진하게 저물어갔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에 들기로 하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 다음. 나는 가볍게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나의 쓰임새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찾아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인가? 나에게도 쓰임새가 있긴 한 것일까? 있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없다면, 나는 어떤 존재인 것인가? … 쓰임새가 없는 존재란 어떤 것인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나는 내 쓰임새를 찾고 싶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 놈은 어떻게 생겨먹었으며, 어떤 빛깔의 쓸모를 갖고, 어떤 눈빛을 하고 있을까. 그 놈을 맞이하는 바로 그 순간이 오면, 나는 가장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나도 쓰임새가 있다는 것,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그 사실 덕분에.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만약, 내 쓰임새를 찾지 못한다면? 나의 쓰임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기어코 알게 된다면? 나는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내할 수 있을까.
적어도, 특이한 사람이긴 할 것이다. 그것이 특별하다는 의미보다는 유별나다는 의미에 가까울 뿐이지. 그다지 반가운 소식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런 쓸모없는 생각들을 나열하다가, 또 하루가 끝이 났다.
다음날 아침. 어젯밤 그 안타까운 탄식을 지나가던 용왕님이 듣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빌롱잉스의 쓰임새가 본연의 힘을 발휘하기라도 한 것인지. 자욱하던 먹구름은 깨끗이 걷히고 새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래, 저 빛깔, 저 온도, 저 윤기의 쓸모를 가진 쓰임새를 찾으러 우리는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가며 시내로 향했다. 때로는 허기진 배를 달래며, 때로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또 때로는 텅 빈 가게 앞에서 허탕을 치고는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수색 이튿날에는 첫날보다 훨씬 많이 걸었지만, 여전히 쓰임새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다소 허무하게, 이튿날이 저물어 갔다. 어제는 미처 마주하지 못한 저녁노을과 함께.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