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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Sep 08. 2021

+10, 쓰임새를 찾아서: 동해시 묵호동 一.

수색 일지 一日차

하지만 그전에, 쓰임새를 찾는 본연의 목표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빌롱잉스 3인조에게는 반드시 찾으러 가겠다는 약속으로 안심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내 쓰임새를 찾는 것에 대한 도움도 받기로 했다. 내 쓰임새를 찾으면, 그래서 내가 쓰임새를 찾게 된다면, 아이들을 데려올 시기도 앞당겨질 테니까.


“쓰임새는 어디에 있을까요?”


“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느 날, 나는 무턱대고 그에게 답을 요구했다. 나보다는 훨씬 잘 알 테니.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내 쓰임새를 찾는 일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서울 생활에 익숙해진 것인가. 역시 현대 문명의 맛은 달콤하지.


“음… 서울이라고 했지. 여기는 이 나라의 어디쯤에 있는 겐가?”


“굳이 따지자면, 북서쪽이죠.”


“그렇구만. 그러면 오랜만에 바다 냄새도 맡을 겸, 동쪽으로 떠나보세나.”


“예?”


이게 무슨 여유만만한 소리일까. 어디 바캉스나 떠나자는 그런 소리로 들리는데.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냐며 화를 내려는 나를 달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쓰임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일세. 그러니 빨리 짐이나 싸게.”


어차피 믿을 구석은 여기 하나. 이왕이면 사람이 많아야 수월할 것 같았고, 그래서 빌롱잉스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었다. 동해바다로, 쓰임새를 찾아서, 함께 떠나요.




그렇게 어느 무더운 여름날 쓰임새를 찾으러 모인 다섯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시 묵호동 묵호역으로 향했다.


일정은 2박 3일로, 첫날에는 바닷가 근처를, 둘째 날에는 시내를 수색하기로 계획을 짰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하필 나뿐이어서, 바닷가를 수색하는 첫날은 내 임무가 아주 막중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하게 서핑 슈트를 입고 보드를 챙겨 차가운 바다로 몸을 던졌다. 연신 물 안팎을 오가며 그 놈을 예의 주시하는 와중에, 나머지 넷은 해안가 주변을 걸으며 그 놈을 찾았다. 하지만 곧 비가 내린 탓에, 수색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녹초가 되어버린 나는 그대로 숙소에 뻗어버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도중이었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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