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그와 나, 파랑새만이
이 새벽을 비추는 초생달
오감보다 생생한 육감의 세계로
보내주는 푸르고 투명한 파랑새
(중략)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 일 없는
이곳은 그녀와 나
파랑새만이 육감의 교감으로
오감 따위는 초월해버린 기적의 땅
쉿! 몽환의 숲
(중략)
오감의 현실과는 모든 게 다
정반대지만 너무나 몽롱한 영롱한
그녀 눈빛 속에 난 춤을 추고 지저귀는 파랑새
(생략)
- <몽환의 숲>, 키네틱플로우.
모든 것이 서울과는 정반대였다. 마치 사진이나 이미지에 반전 효과를 입힌 것처럼.
서울은 어딜 가나 사람이 있고, 높은 빌딩이 시야를 가리고, 온갖 소음이 귀를 간지럽힌다. 어두운 밤이 되어도 수많은 조명이 길을 밝게 비추고, 대낮이라 해도 분위기는 전혀 밝지 않다. 그 안을 헤짚는 나의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무겁다.
반면, 내가 잠시 머물렀던 여수시 돌산읍은 어딜 가도 사람이 없다. 높은 빌딩 따위도 당연히 없고, 소음이라고는 논밭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리뿐. 어두운 밤에는 온 사방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밝은 낮에는 어딜 봐도 탁 트인 풍경이 나를 반긴다. 그 세계를 유영하는 나의 발걸음은 아주 가볍고 산뜻하다.
첫 여행에서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렸고, 다음 여행에서는 새로운 차원을 경험했다. 그만큼 여행은 항상 새롭고 신선한 무언가를 선물해준다.
하지만, 이제 다음은, 다음 여행은 당분간 없을 예정이다. 세 번째에 대한 불안은 여기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뭐, 더 이상 그럴 여윳돈도 없고.
이제는 몽환의 숲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올 때. 먹고살아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