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하기 일 더하기 일
현대사회에서 먹고산다는 것을 가능케 하려면 일을 해야만 한다.
그 일은 건설현장 일일 잡부일 수도, 편의점 알바일 수도, 트렌디한 카페의 바리스타일 수도, 인터넷 마케팅 대행일 수도 있겠다. 혹은, 그런 비정규직을 넘어서서 크든 작든 어느 기업의 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여하튼 이 조그마한 방 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서 내 능력을 증명하고 그 대가로 하루 또는 한 달을 버틸 자금을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먹고산다는 것이 벅차게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불과 얼마 전이었다. 굳이 집 앞 카페에서 사색에 잠기는 허세를 하루 종일 부리고 나서,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곳에서 내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갖가지 유혹들이 넘쳐난다. 무엇이든 없는 게 없는 편의점부터, 양꼬치-해장국-곱창-치킨-삽겹살로 이어지는 갖가지 음식점들까지. 그 고난의 200m를 지나가야만 비로소 허름한 내 방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일부러 가장 먼저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고는 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그래,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에 육개장 컵라면 하나면 충분히 배부르고 맛있는 저녁이지.
도합 1850원. 아주 저렴하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조합. 영양 불균형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아무리 저렴해도 4000원 정도는 하는 그 편의점 도시락. 이틀 치 저녁 값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우두커니 서서 몇 분이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것저것 괜히 들여다보는 나를 그 편의점 알바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결국, 나는 그날도 삼각김밥에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아주 큰 깨달음이 되었다.
고작 1850원과 4000원 사이에서 깊은 고뇌에 빠지는 삶이 과연 내가 바라던 삶이었는가. 과연 그것이 내 의지대로, 나답게 살 수 있는 경험이었는가.
절대. 절대로 아니었다.
비싸고 화려한 음식은 아닐지라도, 매 끼니를 처절하게 걱정해야 하는 삶은 내가 바라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최저의 삶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을 이어 나갈 자신도 없었다. 적어도, 편의점 도시락 정도는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삶이길 바랐다.
그러니까. 정말, 이제는 일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