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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Nov 28. 2021

[프롤로그] 휴.

공허한 마음은 쇼핑으로 채웠고, 지금은 아이스 라떼를 마시는 중. 홀로 지나는 한남동 거리의 풍경이 이제는 많이도 익숙해졌나 싶어, 괜스레 다른 동네를 뒤적인다. 그래도 오늘의 나는 낯섦의 짜릿함보다 익숙함의 포근함이 더욱 반갑다.


술은 당분간 피하자. 비일상적인 자극과 흥에서 오는 향상감은 아주 비할 것이 없는 대단함이지만, 일상을 일상답게 살아가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꽤 절실하므로. 그래도 아마, 곧 추위를 뚫고 뜨끈한 집에 도착하면 으스스하다는 핑계로 마시다 남은 레드 와인을 조심스레 따고 있겠지. 나는 그런 사람이다.




휴.


쉴 휴. 쉴 예정인지, 쉬어가는 중인지, 쉬는 순간인지.


쉴 예정이라? 언제부터, 어떻게. 누구와, 어디에서. 복잡하니 머리가 당기는 군.


쉬어간다? 쉬지 않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기대. 그렇기에 새어나오는 아쉬움. 다양한 감정들.


쉬는 순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하고 있다는 것인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지. 그 사이 애매모호한 어딘가에.


면과 선, 그리고 점. 각자의 차원에 담길 이야기들.


BLACK FRIDAY!


머리와 몸, 그리고 마음. 각각의 차원에 담기는 이야기들.


머리를 쉰다? 사실, 쉬고 싶다. 그 순간을 위한 스위치가 있다면 가장 좋을 테지만. 딸깍, 딸깍, 딸깍. 그 사이 어딘가에서.


몸은 쉬어간다. 주말이면 자연스레 모든 행동을 멈추고 깊이 침잠한다. 침대 속에서의 은은한 부유.


마음을, 쉬어볼까. 언제부터, 어떻게. 누구와, 어디에서. 아니, 그보다는 왜? 하나의 차원이 더해져, 조금 더 복잡해지는 이야기.




휴-.


꺼멓게 빛나는 안경을 쓸어올리며. 길게, 그리고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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