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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Dec 21. 2020

「30살 앞 30날」D-12

19. 12

30살 앞 30날



19. 12, TO DO LIST



2020년 마지막 남은 한 달, 12월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나를 덮친다. 그래서 30일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여러 일들을 또 벌이기 시작했다. 

이제 10일 남짓 남은 이 시점에서,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주워 담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말이 더 앞서는 사람이다.



<30살 앞 30날>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12월은 2021년을 조금은 더 멀쩡한 상태로 맞이하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망가진 것들을 바로 잡고, 덧난 상처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몸과 마음의 각오를 다지는 시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례없이 큰 유행을 하게 되면서 엎어져버린 일도 많지만, 그만큼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바깥세상을 돌아다닐 시간을, 내 마음속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되도록이면 그 시간이 2021년에는 줄어들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만큼 건강해지고 싶고, 건강해져야 한다.



12월이 되기 전, 12월에 꼭 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되짚어보면,


30날 글쓰기 완주하기

매거진 다음호 기획 마무리하기

매거진 창간호 판매할 기회 만들기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구하기

제주 한달살이 지원하기

책 3권 읽고 리뷰하기


현재 진행 중인 일들도 있고, 이미 끝낸 일도 있다. 끝을 못 낼까 걱정인 일도 있고, 아예 망가져버린 일도 있다.



2020년 내내 그랬지만, 12월은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한 달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계획했던 각종 페어들이나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고, 제주 한달살이도 당연하게 취소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탓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조금 그래도 되지 않을까.



30날 글쓰기는 그래도 순항 중이다. 아직까지 조금 지각을 한 적은 있어도 펑크를 낸 적은 없으니까.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는 조금 퇴색된 것 같다. 어느샌가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기계적인 일이나 숙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다해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지 점검해볼 때가 온듯하다.



문제는 남은 두 가지 일들. 매거진 다음호 기획은 여전히 답보 상태로, 큰 그림은 그려져 있으나 어떤 가지에 어떤 꽃이나 열매를 피울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주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인지, 다른 일에 치여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탓인지. 데드라인을 정해버린 이상 이제는 정말 속도를 내야 할 때인데, 연말까지 작업할 공간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눈 앞이 깜깜해진다.

책 3권을 읽겠다는 당돌한 선언도 거짓말이 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독립출판을 함께하는 다른 작가님들의 책은 물론, 이석원 작가의 신간이나 다른 책들도 잔뜩 사놓았는데.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책상 옆을 쳐다보면 그 책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예전에는 정말 이런 답답한 마음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일을 처리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정말 떠날 곳도 없어졌다.



12월,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매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며 치르는 작은 의식이 있다. 어떤 공책이든 집히는 대로 들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카페 한 켠에 앉아서, 마지막 장을 펴놓고는 올해를 간단하게 리뷰해본다. 그리고는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아무렇게나 적는다. 그 일들이 조금은 허무맹랑할지라도. 그렇게 지난 365일을 내려놓고 다음 365일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에는 저 간단한 의식조차 치르지 못했다. 새해를 맞이한다고 분위기는 냈을지언정. 그만큼 삶이 정돈된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숲을 보기에는 당장 눈 앞에 나무들이 나를 덮쳐오는 긴박한 삶의 순간들.



내년, 2021년 1월 1일에는 절대 잊지 않고 해야 할, 새해 첫 숙제를 오늘 여기에 남겨 놓는다.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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