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5
도형을 이룰 수 있는 3 이상의 숫자들은 모두 균형을 이룰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5 라는 숫자는 더욱 아름답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각 도형들을 살펴보자. 3각의 날카로운 균형, 4각의 빈틈없는 균형, 6각의 규칙적인 균형과는 다른 특징을 보이는 5각의 균형. 그 아름다움은 다름에서 나오는 개성 때문이리라. 각각 60도, 90도, 120도의 내각을 이루는 와중에, 5 각형은 홀로 108도라는 애매한 내각의 수치로 인해 패턴이 될 수 없다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규칙이 될 수 없다는 창조적인 아름다움이랄까.
축구공은 12개의 5 각형과 20개의 6 각형으로 이루어진다. 5 각형이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다각형과는 달리, 5 각형은 유일하게 3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는 형태를 보인다. 차원이 다르게 변화하는,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매거진 고민이 끊이지 않는 요즘, 자연스레 손가락도 5개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먼저, 가장 뭉툭하고 두꺼워 힘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손’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엄지손가락.
엄지손가락은 잡거나 쥐는 행동이 가능하게 하는, 그래서 인간의 손을 다른 어떤 영장류의 손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가장 짧지만, 해부학적으로는 다른 손가락과 달리 손목 마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가장 길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검지 손가락은 엄지손가락과 함께 무언가를 집는 역할을 맡고 있고, 삿대질을 포함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손가락이다.
손가락 욕으로 대표되는 중지는 가장 길이가 길다.
가장 움직임을 통제하기 어려운 손가락인 약지는 그만큼 쓰임새가 적지만, 주로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으로 통한다.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은 가장 얇고 짧아 소중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엄지와 함께 무언가를 쥐는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손가락이다. 약속을 할 때 상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이 5개의 손가락이 이루고 있는 균형 잡힌 상태.
평소에는 소중함을 모를 수 있지만, 어느 하나라도 의식적으로 쓰지 않으면 엄청난 불편을 유발한다.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레, 2021년 내 30번째 삶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본다. 기왕이면 아픈 손가락 없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을 텐데.
첫째는 무엇보다도 건강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하고 싶은 일도 더는 할 수가 없다. 시간을 짜내서라도,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조언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러닝을 하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
둘째는 일. 당장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
여기에 벌어먹고 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추가될 예정이다. 빌어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셋째는 계획이다.
지난 글에서 말한 것처럼, 100m 달리기를 무작정 연속으로 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마냥 걷기만 할 수도 없다. 그런 비극적인 상황들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계획이 필요하다. 나를 알고, 주변을 살피고, 과거를 되짚으며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빠르게 뛰는 것만큼, 넘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는 인간관계.
관계의 맺고 끊음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신중하게 맺고 빠르게 끊어내기 위한 노력을 곁들일 필요는 있다. 관계라는 그물에 내 발이 묶이지 않도록, 내 몸이 감겨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마지막은, 사랑이다.
증오, 부정, 비관, 허무, 회피. 2020년의 내가 주로 느꼈던 감정들. 이 넓은 세상에서 홀로 됨을 느꼈을 때의 외로움과 슬픔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먼저 사랑하려 한다. 또, 사랑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편견이나 왜곡 없이 받아야 한다.
결국, 나는 솔직해져야 한다.
건강, 일, 계획, 인간관계, 그리고 사랑. 그 아름다운 균형을 꿈꾸며.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