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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Dec 31. 2020

「30살 앞 30날」D-2

29. 2

30살 앞 30날. 빛이 있는 곳에는 항상.



29. 2, of us



비로소 쌍을 이룸으로써 안정을 찾게 되는 것들. 한 발로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것과 두 발로 땅을 단단히 내딛는 것의 차이를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두 발로 홀로 서는 것도 사실 녹록지 않은 일이다. 발 디딜 곳이 한 뼘도 되지 않는다면 한 발로 선 것이나 다름이 없을뿐더러, 두 발을 널찍이 내디뎠다 해도 강한 바람에 밀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기왕이면 혼자보다는 둘이서 등을 맞대어 서로를 지탱해주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렇게 둘이 셋이 되고, 넷, 다섯을 넘어 수십이 되며 연대할 때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우리는 원한다.



아는 사이, 친구, 동료, 그리고 동반자. 점차 서로의 삶의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하게 되는 사이로 발전하는 과정은 언제나 매우 중요하다. 서로의 삶을 함께 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믿음과 신뢰 속에서 내일을 꿈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왜 어르신들이 전쟁 통에도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것은 단순한 인간의 애정과 성에 대한 욕구보다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여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순수하게 갈구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기왕이면,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더 많은 대상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서 말한 그 대상을 사람으로만 한정 짓고 싶지 않다. 무언가 함께일 때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비록 나는 키우지 않고 있지만, 반려동물이 그런 대표적인 존재일 것이고, 생물체가 아니더라도 일이나 취미활동부터 특정한 사연이 담긴 물건까지 어떤 것이든 나와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며 의지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깝지만 낯선 것, 중요하지만 경시하고 있던 것이 있다. 절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그런 사이, 바로 나 자신이다.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자존감이 낮은 성격인 탓에, 나 자신은 언제나 나에 대해 적극적으로 적대적인 사이였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누구보다 먼저 차갑고 날카로운 말투로 모질고 험한 말을 뱉는 놈이었다. 올해에는 유독 그 사이가 멀어져서, 악담을 넘어선 저주를 퍼부을 때도 있었다. 죽어버리라는 소리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새벽에 한강 근처를 걷는 것이 나름의 회피 방법이었다.



이석원 작가의 2인조가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웠던 이유이다. 신간 출시 소식을 인스타그램으로 38분 만에 접하고, 책의 제목과 부제를 확인하자마자 그 즉시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그 과정에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이석원은 어느샌가 나도 모르는 내 속마음을 대변하는, 나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이였으니까. 그 소식이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나를 끄집어내 줄 희망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결코 잃을 수 없는 내 편이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은 채로 살아간다.

「2인조」, 이석원



달 출판사에서 소소하게 준비한 이벤트가 있었다. <2인조> 출간 기념으로, 5일 동안 책의 구절들을 문자로 일러스트와 함께 보내주는. 당연히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했고, 다음 날 받은 첫 글귀가 이러했다.



마음이 울렸다. 정말 잊은 채로 살고 있었구나. 결코 서로를 떠나보낼 수 없는, 내 편은 아닌듯하지만 함께 해야만 하는 그런 사이. 내 편이 아니어서 더 슬픈 사이. 그 사이를 개선시킬 노력보단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을 수 있기를 바라던 내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저는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음악을 관둔 거였는데, 그러고서야 안 거예요. 내겐 음악과 글이 서로에게 출구와 도피처가 되어주었었다는 걸.

「2인조」, 이석원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이자 보컬 이석원. 그리고 어느덧 12년 차가 될 작가 이석원. 그 둘 또한 환상적인 2인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쉬어갈 틈이 되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든든한 사이. 둘 중 하나가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는 것은, 그만큼 함께했을 때의 시간이 안정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매 순간 내 다음을 향해 함께 나아갈 동반자를 찾고 있다. 그것이 때로는 부모님이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드럼 연주 같은 취미일 수도 있고,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일 수도 있고, 정말 사랑하는 연인이 될 수도 있겠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2인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하고, 정말 소중하다. 내년, 아니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사랑하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책의 부제이자 이벤트 마지막 날 받은 글귀의 첫 문장. 이 짧은 문장이 나를 이끌었고, 나를 다음으로 이끌고 있다.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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