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view #4, 당신의 인생 어딘가,임발
지난 <부끄러움이 사람을 구할 수 없다>에 이어서 두 번째로 임발(@room_of_imbal) 작가님 책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처음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 매거진 손의 '손'과 임발의 '발'로서 무언가를 해보자는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더랬죠.
그 이야기가 결국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오는 4월 첫째-둘째 금-토-일에 강남역 일상비일상의틈(@daily_teum)에서 진행되는 북페어 <책 보부상>(@bookbobusang)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참고로 팀 이름은 '손발이맞아서(손X발)' 입니다.
저는 이번 페어에 이틀 동안 참여합니다. 첫째 주 일요일에는 매거진 손 단독으로, 둘째 주 금요일에는 손X발로요. 지난 커넥티드 북페어를 치른 지 한 달만에 책을 소개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습니다. 페어에 놀려오셔서 봄 소풍 때 읽을 좋은 책들 많이 챙겨가시길 바라며, 리뷰를 시작해볼게요.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당신의 인생 어딘가> 도입부
각자의 삶은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가고 있기에 아주 당연한 말처럼 들리다가도,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불편한 삶의 굴곡에 이리저리 치였던 경험을 떠올리면 절로 납득하게 되는 말.
물론 모든 주인공이 항상 평탄하고 충만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주인공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으니까. 당장 떠오르는 영화만 해도 <나는 전설이다>나, <타이타닉>, <라이프오브파이>, <기생충>,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경우들이라. 주인공이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이면에는 그만한 고난과 역경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애초에 무난한 해피엔딩이 떠오르지를 않는다는 내가 문제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든, 어떤 유형의 주인공이든,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경험했다는 것이 아닐까. 그 순간을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운 흔적이 그를 만년 조연에서 빛나는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제나 사건의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중심을 잡고 서서 풍파를 이겨내는 것. 때로는 자발적인 용기로 인해,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휘말리면서 각자의 '영화 같은 이야기'들은 시작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 이야기가 세계적인 흥행을 이끄는 블록버스터가 될 수도, 혹은 결말을 채 맺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어버린 미개봉 영화가 될 수도 있지만, 흥행하지 못했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사람의 다섯 이야기들은 개봉을 결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게 설령 타인의 손을 거쳐 내용과 장르가 바뀐 이야기일지라도.
주인공[主人公]
1. 연극, 영화, 소설 따위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2.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
3. 드러나지 아니한 관심의 대상.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그 점이 이 책의 긴장감과 재미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당신의 인생 어딘가>는 타인의 실제 이야기를 소설가인 저자가 듣고 쓴 다섯 편의 소설이 모인 소설집이다. 즉, 에세이에서 시작되어 소설로 결말을 지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부터가 가상의 이야기인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독자 개개인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같은 글이 수많은 의미로 변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일 수도 있는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우리는 책을 읽는 내내 저자와 오묘한 밀당을 계속하게 된다. 위에서 소개한 책의 첫 문장에 따라 전지적 '주인공' 시점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뻔하게 느껴지다가도,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에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섯 편의 글이 제각기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되었다. 마치 다섯 작가가 쓴 글을 모아놓은 것처럼, 매 편 변화하는 시점-설정-전개 방식에 적응하는 재미랄까. 독자의 다양한 취향에도 부합할 수 있는 점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도전 정신이 묻어나는 시도이자 저자 자신의 취향 또는 글맛을 찾는 시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글 <물류센터에 있던 그 생수는 어디로 2>에서 보이는 묘사와 흐름에 의한 긴장감이 가장 흥미로웠다.
지난 장편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특유의 긴 호흡과 성실하고 집요한 묘사를 담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었으리라 짐작되지만, 과감하게 다른 방식을 시도한 임발 작가님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게다가 타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기에 더더욱. 나 또한 내 글과 내 매거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혹평을 내리는 사람이기에, 역시 자기 자신을 소재로 할 때 과감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살아가는 이유는 남들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고 믿고 있어."
<당신의 인생 어딘가> 92p
소설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가? 혹은 인생의 한 부분을 소설처럼 꾸미고 싶은가? 자칫 스쳐 지나갈 법한 위의 문장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어떤 것을 꿈꾸든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래도 한 번뿐인 인생, 주인공스럽게 살아야지 않겠나. 왠지 테스형- 이 떠오른다.
책의 제목 '당신의 인생 어딘가'.
우리의 인생이 소설 같지 않다고 해서 '내 인생은 어딘가-' 지루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자.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으로서 매 순간 살아가고 있기에, 누군가는 '당신의 인생은 어딘가-'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짧게 말하자면,
우리의 인생은 어딘가-. ( ).
글쓴이 두루 Do, rough
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1인 기획-편집-디자인 독립 잡지 「매거진 손」을 제작하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1인 출판사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 중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