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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09. 2021

-13, 전래 동화: 쓰임새 이야기 三(完).

(continue…)

그 분은 쓰러진 쓰임새에게 다가와 나긋하게 속삭였어.


“쓰임새야,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내 처음 경주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마지막으로 돼지 놈이 결승선을 넘을 때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느니라.”


아쉬움과 억울함이 복받쳐 올라 펑펑 울고 있는 쓰임새를 두고, 그 분은 계속해서 위로의 말을 건넸어.


“비록 네가 열두 번째 안에 들지 못해 아쉽겠지만, 그것이 다 세상의 이치이니라. 저 놈들을 보거라.
쥐는 작고 날래지만 약아서 잔머리를 많이 굴리고, 소는 우직하고 충실하지만 너무 굼뜨지 않으냐. 또, 호랑이와 용은 용맹하고 강한 동물의 상징과 같지만 워낙 허세가 심하고, 원숭이와 개는 영리하지만 놀리기를 좋아하여 허구헌 날 다투기 바쁜 놈들이다. 다 잘난 것도 있지만 못난 것도 있는 탓에, 가까이 두지 않으면 오히려 더 걱정스럽지 않겠느냐.”


그 분이 고양이가 할퀴어 엉망이 된 쓰임새의 날개를 쓰다듬자, 놀랍게도 상처가 말끔히 사라지고 새 깃털이 돋아나는 것이 아니더냐. 


쓰임새는 말짱해진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자세를 고쳐 잡고는 경의를 표하며 그 분의 말씀을 잠자코 듣고 있었단다.


“쓰임새야, 쓰임새야. 너의 착하고 올바른 언행과 심성을 그 누가 모르겠느냐. 비록 경주에서는 졌지만, 내 너를 어여삐 여겨 대대손손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단, 주어진 임무를 잘 해냈을 때 말이다.


“그 임무가 무엇이옵니까?”


“그것이 무어냐 하면은, 곧 세상에 내려갈 내 자식들을 돌보는 일이다.
나는 하늘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 자식들까지 돌볼 여유가 없어 그 놈들 걱정이 태산 같구나. 그러니 쓰임새야. 네가 내 자식들이 잘 지낼 수 있게 옆에서 보살펴 주기를 간절히 바라노니, 꼭 좀 도와다오.”


“그런 일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어떠한 위험이나 고난에서도 힘들 일이 없도록 잘 보살피겠나이다.”


“옳지, 옳지. 고맙구나 쓰임새야. 내 그 은혜를 절대 잊지 않으리라.”


그렇게 쓰임새는 그 분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 그 분의 자식들을 만났단다. 





… 어허, 정신 똑바로 차리 거라!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거늘.


그리하여 쓰임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옆에서 지금도 그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어떤 무리들은 쥐(usage)나 용(器用, qìyòng)을 대신 따르기도 하지만, 내가 속한 무리는 쓰임새를 기리며 따르고 있지.






“어떠냐, 이제 좀 쓰임새에 대해 이해가 가느냐?”


“예, 예. 알겠어요.”


지치지도 않는지, 그는 쓰임새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쉬지도 않고 해댔다. 오죽했으면 중간에 깜빡 졸았을까.


그래도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신기한 이야기였고, 그만큼 신기한 존재를 내가 마주쳤다는 것도 적잖이 신기한 일이었다.

이게 무슨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도 아니고.


“저기… 그런데요, 저 사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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