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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13. 2021

-10, 개똥철학.

좋고 싫음에 이유가 있나?

그래도 명함은 소중하게 다루어야 하니, 고이 선반 위에 올려놓고는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는 그 행운의 블레이저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다시 한숨을, 푸-욱.


“땅 꺼지겠네. 한숨은 그만하고, 왜 그 옷에 쓸모가 있었을까?”


“왜긴 왜겠어요. 어제 입었으니까 그렇지. 쓰임새를 마주쳤을 때 이 옷을 입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 그리 죽을 상인가.”


“어제 일이 다시 생각나서요. 이제 이 옷도 쓸모가 없어졌고.”


이제는 이 블레이저를 불행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어제 하루가 나에게 꽤나 충격적이었던 건 확실하다. 생각이 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아주 나빠졌으니까.


“흠… 차갑구만 차가워.”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또. 아… 죄송해요.”


어째 내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되짚지 않는 게 없는 것 같아 불편한 심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버렸다. 바로 사과를 했지만,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만 이어 나갔다.


“집에 나무나 풀은 없고, 죄다 딱딱하고 차가운 것들 뿐이잖나. 튼튼해서 좋기는 하겠다만.”


그는 내 책상에 이어진 가구를 손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철로 만든 조립식 가구였다.


“그냥… 그런 게 좋아요. 나무는 왠지 싫고, 풀은 키우면 죽고. 저만의 철학 같은 거죠.


“그럼 마침 잘 되었네. 이제는 자네 이야기도 좀 들어보자고.”


그는 다시 내 방 유일한 의자에 여유로운 포즈로 걸터앉으며 침묵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Q6-1. 특정 브랜드(rareraw)가 당신에게 주는 남다른 의미가 있나? 



원래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가치, 특히나 진정성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드가 있고, 그 브랜드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내 삶 속으로 편입시킨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가치와 무게를 지니고 있다. 디자인이 중요시되는 영역의 브랜드에게는 더욱 엄격하다. 


rareraw도 그런 진지한 선택의 과정을 거친 브랜드이다. 

예전부터 리빙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페어나 행사를 자주 갔었고, 그때 rareraw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어 내 위시리스트에 포함시켜 놓았다. 그리고 2018년 9월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rareraw 가구를 처음으로 구매했다. 


rareraw는 rare(희귀함, 흔치 않음)와 raw(날 것의)가 합쳐진 이름이다. 어쩌면 철이라는 소재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일 수 있는데, 실제로 대표님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을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나 철이라는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꽤 오래 나눴다. 


나는 평소 목재 가구를 싫어했는데, 그 이유가 목재 가구들이 대부분 자연스럽고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친환경적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운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내고, 그 죽은 나무를 여러 겹으로 잘라 단면을 얻고, 그것을 이런저런 가공을 통해 가구로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굉장히 위선적이었다.
반대로 철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편견이 많았다. 차갑고 무겁고 쉽게 녹슬고 불편하다는 식으로. 하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된 철제 가구들은 따뜻하고 가볍고 내구성도 좋을 수 있다. 


원래 항상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옹호하고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더욱 철재 가구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아졌다. 이런 생각들이 대표님과 나의 공감 포인트가 되었다. 그래서 'rare'하고 'raw'한 철재 가구라는 것도 바로 이해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대표님의 팬이 되어 대표님과 브랜드를 응원하고, 때로는 구매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이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는 브랜드는 몇 없다.
아, 빌롱잉스 정도?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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