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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12. 2021

-11, 쓸모를 찾다.

아주 작고 소중한 쓸모!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내 허락을 받기도 전에, 이미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잡동사니들을 헤집고 있었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분명 쓰임새를 만났다면 있을 텐데…. 없을 리가 없는데….”


알아듣지도 못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내 살림을 뒤지고 있었다.


뜯어말린다고 말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나는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괜히 힘 빼지 말고 포기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도대체 무엇을 찾는 것인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그는 책상에 이어진 선반을 스쳐 지나가더니,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고는 옷장 가득 들어있는 옷들을 하나하나 뒤지기 시작했다. 저러면 오늘 안에 끝이 나긴 하려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찾았다!”


깜짝이야.


그가 오늘 낸 소리 중에 가장 경쾌하고 큰 소리였다.


“어우, 조용히 해요. 옆집에서 찾아오겠네. 뭘 찾은 거예요?”


그는 말 대신 손을 쭉 뻗어 손에 쥔 것을 보여주었다. 말보다는 행동이 빠른 타입이로구나.





그의 손에는 작고 가느다란, 왠지 영롱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시퍼렇게 물든 작은 깃털이 들려 있었다. 저런 게 어째서 내 옷장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모다.”


“네?”


“쓸모라고. 쓸모를 찾았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쓸모없는 소리만 하는 놈일세.


"그래요…. 근데 당최 어디서 찾은 거예요? 그런 건 처음 보는데."


"그래? 여기, 이 옷 앞 주머니에 꽂혀 있던 걸."


무슨 옷인가 했더니. 면접이 있을 때면 항상 꺼내 입는, 애지중지하면서도 왠지 이 옷을 입으면 그날 하루가 잘 풀릴 것만 같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브랜드의 카키색 블레이저였다.


뭐가 또 있나 싶어 주머니를 다시 뒤져보니 면접을 봤던 그 회사를 다니는 선배의 명함이 손에 잡혔다. 재수없게스리.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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