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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19. 2021

-5, 현대 소설: 쓰임새 이야기 二.

(다시) 걸어서세계 속으로

다시 망원시장이 있는 길거리로 나와, 스튜디오를 향해 곧장 걸어가려 할 때, 그가 먼저 잽싸게 입을 열었다. 아직 내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아까 내가 출발하기 전에 물어봤던 질문, 기억하는가?”


“네? 음… 어떤 질문이었죠?”


“그 빌려주었다는 아이들 말이야. 어떤 지 물어봤었잖나.


그랬었지. 그리고 나는 그 ‘어떻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지.


내가 빌롱잉스에 빌려드린 것들은 총 9종류, 11개의 물건들이다. 그중에는 철재 의자처럼 큰 가구도 있고, 종이 엽서처럼 아주 작은 소품도 있다. 

대체로는 그 방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 나에게 온 것들이라, 완전 새 것까지는 아니어도 절대 헌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개중에는 주문 제작을 맡긴 조명도 있고, 한 여름에 낑낑대며 이고 지고 겨우 업어온 선반도 있기에, 어느 것 하나 험하게 다룰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래서… 멀쩡하다는 대답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나? 어떤 의미인지.”


“네… 그렇네요.”


“자네, 그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소중하게 대한 게 맞아?”


당연하죠!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아이들인데요.”


나도 모르게 발끈하며 소리치듯 대답해버렸다. 망원시장은 이미 한참 멀어진, 한적한 골목길에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져, 부끄러움에 몸을 움츠렸다. 허나 그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되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더니, 나에게 진지한 말투로 되물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어째서 아무도 자네를 반기거나 마중 나오지 않는 게야.


빌롱잉스의 스튜디오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입간판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고 멀뚱히 땅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Q5. 빌롱잉스에 의해 가구들이 새롭게 배치되고 빌롱잉스의 물건들과 함께 섞여 있는 모습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상상했던 것과 같은 느낌인지 아니면 다른 느낌인지에 대해 궁금하다.  


일단, 쓰임새를 찾았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 감사함과 동시에 묘한 질투심, 부러움도 드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다.
자리를 찾은 모습에 대해서는 어떠한 의문이나 불만이 없다.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실 것인지도 알고, 그 결과가 얼마나 좋은 모습일지도 알고 있었다.


사실 상상했던 모습은 딱히 없다.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실 것인지가 오히려 궁금했다. 전시를 하듯이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내 소지품들을 모아놓거나 하는 방식은 절대 하지 않으실 것 같았다. 되려 자기 물건인 것처럼 대하고 배치하셨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확실히 처음 봤을 때는 내 방이 아닌 다른 곳에 놓여있는 것이 어색하긴 했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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