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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20. 2021

-4, 현대 소설: 쓰임새 이야기 三.

스튜디오빌롱잉스에기대 서서

나는 그의 말에 대꾸하는 것 대신, 입을 꾹 닫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목적지인 스튜디오는 건물 2층에 있었고, 두 개의 문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주성씨!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세요!” “…”


익숙한 세 가지 인사말. 아, 한 분은 말 대신 짙은 미소로 나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전시 끝나고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애들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잠시 들렀어요.”


스튜디오 안의 풍경은 전시 때와는 사뭇 달랐다. 비장함까지 느껴지던 모습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모습. 

<쓰임새를 찾아서>에 쓰임새를 찾기 위해 모여진 것들이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파랗고, 빨갛고, 노랗게, 형형색색인 물건들을 잘도 데리고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역에서 걸어오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일단 앉아요. 물 좀 드릴까요?”


“아, 네. 시원한 물 한잔만 부탁드려요.”


아직 시장에서 쓰러지던 순간에 느낀 두려움과 스튜디오 앞에서 말문이 막혔을 때의 무력함이 가시질 않은 탓인지, 식은땀이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멈출 줄을 모르는 땀을 쉴 새 없이 닦다가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을 때, 비로소 내 꼴이 어떨지 몹시 궁금해졌다.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나는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동안 그는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스튜디오 구석구석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그를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휴… 어디…”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세면대를 부여잡고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하얗게 질린 낯빛에 눈빛은 퀭하니 눈두덩이가 시커멓게 보일 정도였다. 이런 꼴로 어떻게 서로 안부를 묻고 안녕을 따지겠냐고.


아주 살짝, 현기증을 느끼며 화장실을 나와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내가 빌려준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고, 빌롱잉스 3인조는 그런 그를 내버려 둔 채 이야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주성씨, 얼른 앉아봐요.” “전시 반응은 어땠어요?” “주변에서 많이들 보러 왔어야 하는데…!”


아직 전시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이야기는 자연스레 전시에 대한 후일담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네 명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파랗고, 빨갛고, 노랗고, 그리고…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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