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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21. 2021

-3, 현대 소설: 쓰임새 이야기 四.

우주 만물의 순환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내 상태는 악화되었다. 역시, 너무 무리한 것일까.

대화의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핑글핑글 세상이 도는 듯한 느낌에 나는 결국,


“아…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 봐야겠네요.”


“그래요, 주성씨. 아까부터 피곤해 보이긴 했는데.” “그러니까, 푹 쉬세요 얼른.” “조심히 들어가시구요.”


세 분의 작별 인사가 내 주변을 뱅글뱅글.


내 곁을 맴도는 따스한 말들을 뒤로하고, 나는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와 택시에 몸을 맡겼다. 언제 낌새를 채고 따라온 것인지, 그도 내 옆에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나는 기사님께 목적지를 설명하고 잠시, 그러나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내내, 눈을 감았다.


“…. 도착했습니다 손님.”


“…. 아, 네! 감사합니다.”


곤히 잠들었구나. 덕분에 피로감이 조금은 가신 듯했다.

떠나가는 택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시선을 조금씩 위로 치켜올렸다. 비가 대차게 내린 뒤의 하늘처럼, 구름과 구름 사이로 시퍼런 하늘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으… 하!”


“힘든 하루였구만. 얼른 들어가세나.”


기지개를 켜며 내지른 나의 탄성과 그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루는 명백한 부조화. 우리는 서로 닮았다기에는 너무도 다른 두 존재였다.




“그래서, 쓰임새는 찾았어요?”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침대에 걸터앉아 의자에 앉은 그에게 물었다.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구도였다.


“아니, 아쉽게도.”


“흠… 여기도, 거기도 없다니. 도대체…”


“그래도, 재밌는 것들을 발견하긴 했네.”


재밌는 것? 내가 그 지경에 처해있는 순간에도 홀로 이곳저곳을 살피던 이유가 고작 재밌는 것 때문이었다니. 비록 만난 지 며칠도 되지 않은, 여전히 어색한 사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려던 찰나였다.


“자네, 음양오행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겠지?”


당연히 알다마다. 음(陰)(陽)의 음양, 그리고 나무(木)-(火)-(土)-(金)-(水)의 오행. 그런데, 갑자기 왜?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 또 시작이군.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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