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루 do rough Aug 22. 2021

-2, 현대 소설: 쓰임새 이야기 五(完).

음양오행의 이치를 따져보세!

다시 옛날 옛적에, 그러니까 쓰임새가 세상의 모든 것들 옆에서 그들을 돌보게 된 이후에 이야기일세.


본디 남을 돕기를 좋아하고 다른 이들과 친해지기를 즐기는 것이 쓰임새의 타고난 기질이라. 

태초에 존재하던 쓰임새 한 마리는 쓸모로 온 몸이 뒤덮여 윤기가 자르르하니 시퍼렇게 빛이 나는 영물이었으나, 세대를 거듭하면 할수록 쓰임새들은 자기가 돌보는 것들과 닮아가기 시작했단다.


바다에 가까이 살던 쓰임새는 물의 성질을 물려받고, 태양을 마주하던 쓰임새는 벌겋게 몸이 익고, 땅 속 깊이 쏘다니던 쓰임새는 누런 빛을 띠게 되었지. 또, 어떤 쓰임새는 쓸모가 더 많아져 덥수룩해졌지만, 다른 쓰임새는 쓸모가 없는 것들을 돌보느라 제 쓸모가 빠지는 것도 모르게 살아왔단다.


그렇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던 쓰임새들은 각자 특성에 맞게 무리를 지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구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쓰임새들의 눈빛을 마주하는 것이라. 

자주 보는 것이 눈에 익어 그리 되었는지는 몰라도, 눈빛의 색이 크게 보면 다섯 가지더라 이 말이야. 그 색이 무엇이냐 하면, 각각 청색, 홍색, 황색, 흑색, 그리고 백색이라네.


그리고 그중에서도, 무리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무리를 대표하는 쓰임새들이 있었는데 이들에게는 특별히 그 눈빛의 색을 이름으로 불러주었단다.


그럼, 그 무리들의 색은 당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 

어디, 먼저 청색부터 얘기해주랴?




아니요, 됐어요. 그것보다도 지금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구요!”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듯 내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 

그는 이제 슬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려던 참인데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림도 없지.


“일단, 가장 먼저, 스튜디오에서 쓰임새를 아예 못 찾았다구요?”


“음, 아니. 정확히는 자네의 쓰임새를 못 찾은 게야.”


“네? 무슨 말이에요 그게. 그럼 아까 재밌는 것들을 찾았다더니, 그건 또 뭐구요.”


“쓰임새들을 봤지. 빌롱잉스라는 이들의 쓰임새들.”


문득 궁금해져, 그에게 물어본다.


"빌롱잉스의 쓰임새는 어땠어요?"


그는 대답한다.


…[-23, 소지품의 쓰임새]






청, 홍, 황, 흑, 그리고 백쓰임새.



청쓰임새: 산수를 다스리는 정령. 산과 물을 멀리서 볼때면 고요하고 정적이지만, 가까이 가면 온갖 생명이 생동하는 것처럼, 청쓰임새도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

홍쓰임새: 불과 빛을 상징하는 정령. 상징하는 것과 그 성질이 닮아 있어서, 눈이 아주 밝다. 또, 언제나 잽싸게 움직이느라 뒷꽁무니만 볼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황쓰임새: 땅을 다스리는 정령. 모든 생물의 근원인 땅의 성질을 타고났기에, 씨앗이나 태아처럼 몸집은 작지만, 지식이 많고 지혜롭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흑쓰임새: 깊은 어둠을 상징하는 정령.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고 한다. 주로 그림자 속에 숨어 다닌다.

백쓰임새: 만물의 변화를 주관하는 정령. 어떤 빛이든 받아들여 제 모습을 바꿀 수 있으며, 심지어는 사람으로도 둔갑할 수 있다고 한다. 흑쓰임새와 달리, 밝은 곳을 좋아한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 현대 소설: 쓰임새 이야기 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