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루 do rough Jul 27. 2021

-23, 소지품의 쓰임새

빌롱잉스3인조에 대하여

언젠가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마 본격적인 전시 준비를 하기에도 한참 전에.



각자 가방을 쏟아보자.
                  쏟아진 가방에는 어떤 게 들어있을까?
들어있는 소지품은 자기 주인을 닮았을까?
                                                    닮았다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것만 가득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그게 다 나인데.



문득 궁금해져, 그에게 물어본다.


"빌롱잉스의 쓰임새는 어땠어요?"


그는 대답한다.


"당신이 본 그대로. 상상하는 그 모습 그대로."


그대로?


"그럼 설마 한 마리는 제일 과묵할 것 같지만 사실은 제일 많이 조잘거려서 입이 뾰족한 파란 아이. 다른 한 마리는 제일 작고 조용하지만 옹골찬 모양새라 왠지 무턱대고 건드렸다가는 크게 혼쭐이 날 것 같은 노란 아이. 마지막 한 마리는 가만히 있질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자기를 남겨놓기 바빠서 뒤꽁무니만 보여주는 빨간 아이.
그런 모습인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아주 느리게 두 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과연,
그렇구나.




[프로젝트 임보중]

반드시 빛나야만 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지키고 응원하기 위해,

빌롱잉스만의 자유로운 형식으로 일정기간 선보이는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임보중 - 쓰임새>.


빌려주다 혹은

의뢰하다


2020년 6월,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게 된 우리는 이사하는 동안 흐트러진 물건들의 제 자리를 찾아 정리하고 배치하는데 꽤 오랜 시간을 공들였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물건들이 나름의 위치를 찾아갈 즈음 방문하게 된 그는 '책을 읽거나 제품을 좀 더 천천히 앉아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마침 집에 개인적인 이유들로 안타깝게 소외된 의자와 가구들이 몇 있으니 가져와 보겠노라고 했다. 어쩌면 새로운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호기심과 함께 우리는 기꺼이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4, 스케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