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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Jul 26. 2021

-24, 스케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에이, 저는 그저 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이리저리 흩날리는 먼지 같은 삶일 뿐이고.

오늘은 쓰임새를 (다시) 찾아 떠나는 그의 스케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0도에 육박하는, 숨이 턱 막혀도 이상할 것 없는 폭염에도 그는 떠납니다. 쓰임새를 어디서, 어떻게 찾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저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만 눈에 익숙해졌을 뿐.


그가 알려준 쓰임새를 찾는 스케줄은 정확히 다음과 같습니다.


아침 7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며 기상.

아침 8시 00분: 나갈 채비를 얼추 마치고 아침 식사.

아침 8시 30분: 쓰임새 서식지에 늦지 않게 도착.

오후 12시 00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며 점심 식사.

오후 1시 00분: 다시 쓰임새 서식지로 복귀.

오후 6시 전후로, 쓰임새 수색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


그 후로는 거의 매일 시체처럼 잠을 잡니다. 저녁 식사도 잊은 채 말이죠. 아주 가끔은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돌아오기도 하고, 또 가끔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흐물거리며 돌아오기도 합니다. 어쨌건 간에, 그는 잠을 잡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아주 오래 지켜본 바로는, 그는 눈만 뜨면 집을 나가려고 합니다. 몽유병 환자처럼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쓰임새에 홀린 것일까요?


지금도 그는 구석에 몸을 뉘이고 새근새근 잠에 들어있습니다. 그와 대화를 한 것도 아주 옛날 일처럼 느껴지네요. 조만간, 용기를 내어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려구요.


그럼, 다들 잘 자요.





우리에게 영감을 준 ○○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회사에서도 ☆☆씨만의 쓰임새를 찾길 바라며.

× 2021.03.18 빌롱잉스 :-)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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