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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Jul 25. 2021

-25, 일요일.

2021년 7월 25일, 일요일.

[쉬는 날 공지]


비록 믿는 종교는 없지만, 이슬람교도는 아니기도 하고, 쉬는 날이 종교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하니, 일요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살려 매주 일요일에는 쉬어갑니다.


단, 쉬어간다고 했지 휴재를 한다고 한 건 아닙니다.


그도 일요일만큼은 쓰임새를 찾는 일을 쉬어갑니다. 하지만, 왠지 우울해 보이는 이유는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나도 그도 우리 모두 우울해지는, 일요일 밤 11시 43분입니다.




2021년 1월 21일, 두 번째 임보중 프로젝트 전시 진행을 확정한 후 스스로 진행한 자문자답 中


Q1. 장마철 비를 뚫고 애를 써가며 보냈던 아이들을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다시 마주하게 된 소감은 어떠한가?


굉장히 낯설고 어색하다. 불과 6개월 전까지 내 방 한 구석에 놓여있던 아이들인데. 사실 그동안 점차 아이들을 생각하는 빈도가 줄어들었던 것 같다. 왜 그 유명한 말도 있지 않나, 'out of sight out of mind' 라는.

 
나도 그 사이 꽤 늙었는데,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굳이 눈으로 샅샅이 살피지 않더라도, 손으로 스윽 만져보아도 느껴진다. 세월의 흔적이랄까. 낡았다는 게 아니라 늙었다는 거다. 상처나 흉터가 아니라 주름살 같은 거다. 함께 늙어가는 사이구나. 아직은 그래도 친구처럼, 자식처럼 느껴진다.


Q2. 6개월이라는 시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계절이 정확히 반대로 변했다.
사람도 마찬가지고, 생활하는 환경도 마찬가지로 계절의 변화에 맞게 변화한다.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사는 집의 크고 작은 요소들도. 내 좁디 좁은 방도 최소한의 변화는 겪었다. 전기장판도 깔고, 덮는 이불도 바꾸고.


그런데 이 아이들은 그 변화의 선택지에서 제외된 내 것들이다. 짧다면 짧은 것이 6개월이지만, 그 기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은,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6개월이 어쩌면 딱 경계선인 듯하다.
떨어져 있는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난다면, 정말 내 삶에서 논외가 되는 것이니까, 지금처럼 오묘한 감정을 느끼지도 않는 남이 될지도 모른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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