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 쓰임새, 그리고 또 쓰임새
그것은 거대한, 거대하다는 말로도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너무나 거대한 쓰임새였다.
망원시장 한가운데, 엄청난 크기의 쓰임새가…
아니, 잠시만. 그것은 쓰임새가 아니라, 쓰임새’들’이라 불러야 옳다. 갖가지 모양새의 쓰임새들이 한 데 모여 점차 커지고, 또 커지고, 커지는 것을 반복해서 만들어진 엄청나게 거대한 쓰임새.
“쓰임새는 모든 존재에 깃들어 있다… 그것이 쓰임새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지.”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넋이 나간 나를 두고, 그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쓰임새는 자기가 깃들어 있는 존재의 가치가 커질수록 활동적이고 외향적으로 변하지. 저기 보이는 쓰임새들도 각기 쓸모는 다르겠지만 그 윤기나 탄력은 매우 뛰어날 걸세. 게다가 저렇게 뭉쳐 다닐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낼 정도라면, 필히 시장에서 팔리는 모든 것들이 제철을 맞아 싱싱하고 맛이 뛰어날 게야.”
정신을 잃기 전에는 미처 듣지 못했던, 쓰임새들이 신나게 지저귀는 소리가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 만으로도 얼마나 활기가 넘치는지 느껴질 정도로.
“장이 끝날 즈음 물건들이 다 팔려 나가면, 저 쓰임새들도 뿔뿔이 흩어질 테지만, 다음날 오전이면 또다시 쓰임새들로 가득 찬 저잣거리가 될 게야. 참으로 기운 넘치는 광경이 아닌가.”
“아름답네요 정말. 분명 제가 본 쓰임새와는 달라요. 너무 많이 달라요…”
“너무 상심하지는 말게. 내가 자네 옆에서 찾는 걸 도와줄 테니.”
그는 내 어깨를 토닥여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는데요.”
“자, 일단 가면서 얘기하세.”
이번에는 그가 내 손을 붙잡고 나를 이끌었다. 그 탓에 내 궁금증은 해결되지 못한 채로, 우리는 다시 그 길거리로 빨려 들어갔다. 왠지 그는 애써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 오른쪽으로, 저 앞에서 돌아가야 해요.”
재빨리 그의 발놀림에 속도를 맞추며 나는 그를 원래의 목적지인, 빌롱잉스의 스튜디오로 안내했다. 그래도, 이제는 숨이 가쁘지 않다는 것으로 충분했다.